포스코 억대 연봉 '최고 대우'…지역 제조업체는 1천만∼2천만원 수준
3월은 주주 총회의 계절. DGB금융지주가 이달 22일 주주 총회를 여는 등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의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렸다.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주요 안건 중 하나는 바로 사외이사 선임이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에 따르면 주주총회를 공시한 12월 결산 지역 상장법인 96개 가운데 53%인 51개사가 사외이사 선임을 안건으로 올렸다.
국내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시기는 IMF 외환 위기 여파로 나라 경제가 뒤숭숭했던 1998년. 당시 폐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됐다. 상장회사는 상법에 따라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두어야 한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전체 이사의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사외이사의 세계를 조명했다.
◆사외이사 어떻게 선임하나
상장법인은 일반적으로 후보를 추천받아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DGB금융지주는 사외이사후보위원회에서 인품과 식견 등을 두루 갖춘 인사를 추천받아 주주총회에 선임 안건을 상정한다. 포스코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대구백화점, 상신브레이크, 이월드 등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다.
사외이사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해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 유통, 제조업 등 분야별 대구경북 지역 주요 상장법인 사외이사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나서 결격 사유가 발생해 중도 해임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임기는 상장법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DG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첫 임기가 2년이며 이후 1년 단위로 재선임된다. 최장 5년까지 사외이사를 할 수 있다. 반면 포스코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며 두 번까지 연임할 수 있다. 연임 제한이 없는 곳도 있다. 이월드 등은 임기 3년인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사외이사 재직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DGB금융지주의 경우 4년이 최장 기록이다. 하지만 대구백화점의 한 사외이사는 9년 동안 재직했다. 또 삼익THK의 사외이사 2명은 각각 1998년과 2002년에 선임되고 나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50대, 교수'기업인 최다 분포
DGB금융지주, 포스코, 대구백화점, 이월드, 삼익THK 등 지역 상장법인 사외이사 연령을 살펴보면 50대가 44.4%로 가장 많다. 이어 60대(38.8%), 70대(11.1%), 40대(0.5%)의 순이었다.
직업별로는 교수 출신과 기업인이 각각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변호사(20%)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았지만, 사외이사는 여전히 여성 불모지로 남아 있다는 것.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은 문신자 이월드 사외이사가 유일할 정도로 남성 편중 현상이 심하다.
통상 명망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다 보니 지역 상장법인 사외이사 가운데 유명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슷한 시기의 포스코 사외이사 경력이 이채롭다.
고인이 된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은 삼익THK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권영호 인터불고 회장은 대구은행 사외이사로 있은 적이 있다.
◆권한과 대우 천차만별, 억대 연봉도
사외이사는 비상근이지만 법률상 상근이사와 같은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 주주를 비롯해 이사의 직무를 감독하는 것은 물론 기업 발전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과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사외이사 연봉은 상장법인의 규모와 재력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천만원대에서 억대에 이르기까지 사외이사 연봉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사외이사 관련 자료를 공개한 지역 상장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제공하는 곳은 포스코다. 최근 몇 년 동안 포스코 사외이사 평균 연봉은 8천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억대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지역 제조업체 사외이사는 평균 1천만~2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급여를 제외하고 사외이사에게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은 거의 없다. 다만, 대구백화점은 임직원과 같게 자녀 학비 지원, 의료비'경조사 지원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DGB금융지주 한 사외이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천받아서 선임됐는지는 잘 모른다. 적정 대우도 받는 만큼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고 싶은데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사외이사 제도가 발전하려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거수기 논란 여전
사외이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거수기다. 거수기는 회의에서 손을 들어 가부(可否)를 결정할 때, 줏대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손을 드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경영권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선임된 사외이사가 그동안 경영진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거수기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후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지역 주요 상장법인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반대로 이사회에서 안건이 무산된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최근 7년간 사내 안건에 대해 99.6%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찬성표를 던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재벌 및 CEO,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최근 7년간 888개의 안건을 의결했지만 그 중 부결된 것은 2건에 그쳤다. 그나마 부결된 2건도 모두 KB금융지주에서 나온 것이라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부결률 0%를 보인 것이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함으로써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책임을 강하게 묻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달'노경석'김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