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이제 그만!

입력 2013-03-29 11:27:12

교실 바닥에 초록색 담요가 깔린다. 그 초록 담요에 어린 아기가 눕혀진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12개월도 안 된 아기이다. 엄마가 아기를 내려놓으면 교실 아이들은 담요 가장자리에 삥 둘러앉는다. 바닥에 눕혀진 아기의 이가 났는지, 어떨 때 울고 어떨 때 보채는지, 옹알이로 말을 어떻게 배워나가는지 일 년간 지켜본다.

교실 바닥에 누운 아기는 대부분 방긋방긋 웃었다. 배가 고프거나 오줌을 싸지 않는 한 천사처럼 웃거나, 쌔근쌔근 잠들었다. 이런 평화로운 아기와 유치원 어린이,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일 년간 만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아기를 지켜봤을 뿐인데 학생들이 달라졌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는 순진무구한 아기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은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로 자라났다. 어느샌가 그들 마음속에 순수함과 배려심 그리고 평화가 자리 잡았다.

캐나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유치원 교사이자 교육자인 메리 고든은 아기와 학생들 간의 공감 능력을 높이는 심리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 지 10년 만에 놀라운 변화를 목격했다. 캐나다 전역에서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 현상이 90%나 줄어들었던 것이다.

그저 개별화되어 있고, 고립되어 있던 학생들이 그냥 만나 함께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의 연대감, 공감하는 능력을 배우면서 소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합리성을 바탕으로 자라난 근대적 자본주의가 경제, 속도를 경쟁적으로 추구하면서 현대인은 어느 세대, 어느 계층에 상관없이 경쟁심에 무자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과도한 입시 교육과 경쟁 구도에 놓여 있는 학교 현장은 특히 심하다.

어저께 경북에서 최고 실력을 갖춘 한 자율형 사립고의 최고 성적을 지닌 한 학생이 투신했다. 투신 전날 어머니와 함께 다니지 않던 절에도 갔다 오고, 소지품을 가지런히 정리한 뒤, 어머니에게는 카톡으로 마지막 심경을 전했다. "제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더 이상 못 견디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죄송해요."

인재의 손실이 가슴 아프고, 꽃다운 청춘의 짧은 삶이 더 안타깝다. 이제 교육적이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고쳐나가고 무고한 학생들의 희생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공감하는 능력을 가르치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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