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과 멘토 세대공감] 아버지 같은 끌림에… 비보이, 연극인 길에 서다

입력 2013-03-29 07:08:49

멘토 김중효 - 멘티 조정웅

지역 연극판의 개성파 배우 조정웅(오른쪽) 씨와 그의 10년 멘토 계명대 김중효 교수가 계명아트센트에서 만나 즐겁게 담소했다. 둘의 관계는
지역 연극판의 개성파 배우 조정웅(오른쪽) 씨와 그의 10년 멘토 계명대 김중효 교수가 계명아트센트에서 만나 즐겁게 담소했다. 둘의 관계는 '굿윌 헌팅'.
지난해 조정웅 씨가 개성 있는 연기를 선뵌 연극
지난해 조정웅 씨가 개성 있는 연기를 선뵌 연극 '해무'의 한 장면.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조정웅 씨.

'오달수나 류해진이 떠오르는 안면 마스크'

지난해 문화부 기자로 발령이 난 직후 소극장이 몰려 있는 대구 대명공연문화거리에 있는 우전 소극장을 찾은 적이 있다. 때마침 극단 처용에서 싸이코스릴러 연극 '해무'(海霧)란 극을 올리고 있었다. 장기간 항해 속에 바다 위에서 미쳐가는 '전진호' 선원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 배우가 있었다. 잘 생기지 못한 외모지만 한번 보면 잘 잊히지 않는 개성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진호'의 터프가이 '경구' 역으로 나온 조정웅(29) 씨 였다.

연극판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낸 배우들의 연기력은 탄탄하다. 대구 출생으로는 오달수, 대구 연극판에 크게 성장한 배우로는 이성민 배우가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정웅 배우 역시 이 둘을 롤모델로 대구 연극판에서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개성파 (성장)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극단 처용의 대표인 성석배 대구연극협회장은 '정웅이의 멘토는 학교 교수'라고 귀끔해줬다. 바로 계명대 연극예술과 김중효(51) 교수였다. 둘은 10년째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첫 만남, 대학교수와 첫 제자

인연이란 만남과 묘한 이끌임이 있기에 가능하다. 조정웅 씨는 2003년 계명대 연극예술과 신입생 때 연극을 시작했다. 김중효 교수는 2004년 이 학과의 교수로 부임했다. 제주대 사범대 출신(미술학사)으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문학석사(연극영화)를 거쳐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철학박사(연극학) 학위를 받고, 계명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

김 교수에게 그 많은 제자 중 유독 조 씨가 눈에 쏙 들어왔다. 그 묘한 이끌림은 마음으로는 서로 부자(父子)라는 끈을 연결하게 해 놓았다. 조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기 때문에 가슴 따뜻하면서 호된 채찍질을 하는 교수의 가르침과 손길이 마치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듯 느꼈다.

특히 외동아들을 혼자 키워야 했던 조 씨의 어머니는 김 교수를 하늘이 아들에게 내려준 특별한 은사라 여기고 있다. 아들이 인생길에 큰 어려움을 겪거나,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는 어김없이 김 교수가 조언자 역으로 나섰다.

김 교수는 "교수로 부임해 열정적으로 전공과 실기를 가르칠 때, 유독 정웅이에 연민과 애정이 많이 갔다"며 "군대 문제, 진로 고민 등 정웅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같이 고민해줬다. 현재 대구에서 연극배우로 우뚝 서고 있는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깊어진 사제의 인연, '굿윌 헌팅'

로빈 윌리엄스와 맷 데이먼 주연의 '굿윌 헌팅'은 교수와 말썽꾸러기 학생의 나이와 사제 관계를 초월한 우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김 교수와 제자 조 씨의 관계는 이 영화와 유사한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제 관계이지만 졸업 후에도 조 씨의 삶의 멘토로 김 교수가 자리하고 있는 것.

김 교수는 조 씨가 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와 함께 그의 향후 진로에 대해 논의했으며, 군 제대 이후에도 생계가 어려운데 연극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조언을 했다. 2011년 대구 중구청에서 주최한 '동성로 로드아트'에 모자(母子)가 함께 출연하는 헤어쇼를 할 때도 김 교수의 도움이 컸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하지만 어머니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연극을 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극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Born to play)라고 제자를 추어올렸다.

2012년은 연극배우로서 큰 성장을 한 뜻깊은 해였다. 극단 처용 단원으로 들어간 그는 성석배 대표의 도움으로 자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4편의 연극에서 주'조연을 맡아 열연했다.

조 씨는 "고교 때 비보이 출신이었던 제가 연극배우로 살게 된 데는, 10년 인연의 멘토 김 교수와 성 대표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며 "치열하게 고민하며, 연기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배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후기- 우정, 나이와 무관하더라

우정은 나이와 무관하다(?). 사제 관계에다 20년 이상 나이 차가 나는 교수와 제자는 찐한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 김중효 교수와 조정웅 배우의 인연을 보면, 긍정적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지켜야 할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 선을 넘을 때는 김 교수의 처절한 응징(?)이 기다리고 있다. 동양적 정서에서 보면, '너-나' 할 수 있는 사이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인연인지 숙명인지 굳게 맺어져 있다. 일찍 부친을 잃은 제자가 연극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까지 대학 지도교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스토리다. '왠지 연민이 느껴지고 남달리 애정과 관심이 가는 제자'(김중효 교수 입장), '어려운 관계지만 인생 선배이자 삶의 멘토로 따뜻하게 다가오는 교수'(조정웅 배우 입장). 이런 마음이 둘을 아름다운 멘토-멘티 관계를 만들어준 것이다.

대구 연극판에서 개성파 배우로 성장하고 있는 조정웅 씨에게 앞으로 또 얼마나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생각만 해도 든든한 멘토 김중효 교수가 있다. 더불어 성석배 대구연극협회장이 '조정웅'이라는 배우에 대해 무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 파이팅! '제2의 오달수'.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프로필

-멘토 김중효(51)=한국 연극계에서 '무대미술 평론가'라는 직함을 쓰는 유일한 연극학자. 국내 최초로 무대미술 평론집 '실상과 허상 사이'(2009)를 펴냈다. 2000년 미국 오리건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 후,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대학로 소극장에서 다양한 무대 작업을 했다. 동아연극상 심사위원, 세계한류학회 대구지회장, 한국연극학회'한국드라마학회 이사 등 연극 관련 사업의 평가 및 운영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2004년부터 계명대 연극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멘티 조정웅(29)=대구고를 졸업하고 계명대 연극예술과 1기로 2008년 졸업했다. 고교 시절에서 비보이 춤꾼으로 큰 끼를 보였으며, 대학 극에서도 배우'스태프'기획'연출 등 열정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1년에는 '타이피스트' 폴커닝햄 역, '바이오 메카닉스 앨리스' 거북이 역, 2012년 '해무'에 출연해 '대구연극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에이즈 예방극 '해밀'에서는 노인 역으로 출연했다. 연기 폭도 넓다. 올해는 '도시녀의 칠거지악'에서 은숙 역을 맡아 여장 출연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구연극제 비 경연 참가작 '게스트'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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