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뒤태

입력 2013-03-29 07:15:28

신문을 뒤적이거나 인터넷으로 뉴스 서핑을 하다 보면 가끔 연예란을 볼 때가 있다. 그중에서 레드카펫이 등장하는 기사들 중 여자 연예인들의 뒷모습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아무개 연예인 '뒤태가 예술' '완벽한 뒤 라인' 등 눈길을 잡아끄는 제목들을 달고 있다.

그것을 보며 사람은 앞모습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비단 연예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또 외모에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겉모습에서 풍겨나는 아름다움과 함께 그 사람의 인생을 통해 풍겨져 나오는 아름다움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최선을 다해 평생을 나라와 사회와 가족을 위해 바쳐온 분들의 모습은 연예인들의 그것과는 다르게 아름다움 이상의 존경과 감동을 동반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가지고 대중 앞에 서야 할 때가 있다. 그 대중이 작게는 가족이 되기도 하고, 혹자에게는 어떤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온 나라와 국민 전체 앞에 자신의 인생을 드러내어 서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에는 대중 앞에 섰을 때 그 인생의 앞모습은 더 없이 화려하고 성공적이었지만 그 뒤태는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사람도 적잖게 있음을 본다.

앞모습의 화려함과 성공 속에는 찬사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인생의 아름다운 뒤태에는 존경과 감동이 묻어나온다. 이것은 비단 인생의 문제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도 찾아낼 수가 있다.

겨울은 흔히 삭막하고 혹독하고 황량한 이미지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그 겨울의 뒤태를 바탕으로 생명이 움트는 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인 가을의 뒤태는 황량하고 삭막한 겨울이지만, 그 뒤를 이어오는 겨울의 뒤태는 봄의 찬란한 생명력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과 문장가들이 봄을 찬양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슈베르트는 그 시를 가지고 '봄의 찬가'라는 유명한 가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인생이나 자연이나 현실의 화려한 모습들이 반드시 아름다운 뒤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모습이 화려하지 못하고 삭막하고 황량해도 그러한 현실을 충실히 견뎌낸 것을 바탕으로 찬란한 생명의 봄은 탄생한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인생의 성공은 화려한 앞모습보다는 아름다운 뒤태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곳에 진정한 존경과 감동이 있을 것이다.

김상충 성악가'이깐딴띠 음악감독 belcanto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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