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KBS스페셜' 31일 오후 8시
KBS 1TV 'KBS스페셜-의궤, 잃어버린 역사를 찾다, 박병선 박사' 편이 31일 오후 8시 방송된다.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의 보물, 외규장각 의궤. 이의 귀환을 위해 56년의 삶을 바친 재불역사학자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다.
1955년 서른셋의 나이, 박병선 박사가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던 것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를 꼭 찾아보라는 스승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존재 여부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그녀는 프랑스 전역의 도서관, 고서점 등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했다.
그러던 중 한문으로 된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였다. 그러나 프랑스 측에서는 직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박병선 박사에게 입을 다물라고 했다. 타국의 중요한 문화유산을 외면하는 프랑스의 태도에 박병선 박사는 자존심이 상했고, 혼자 직지의 가치를 밝혀내기 위한 고증작업을 시작해 마침내 그 노력은 결실을 맺는다.
1975년, 드디어 그녀는 의궤의 행적을 밝혀낸다. 20년 동안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의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베르사유 분관 폐지 창고에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있었다. 박 박사는 이 사실을 한국에 알리자 프랑스는 의궤의 존재를 한국에 알렸다는 이유로 그녀를 권고사직시키고 '한국의 스파이'라는 오명을 씌우기까지 했다.
박 박사의 적극적인 노력 끝에 2011년 5월 27일 297책의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박사는 그 감격의 순간을 누릴 새도 없이 의궤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꼭 반 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죽어서도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유언과 함께.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