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명품 브랜드 예단 목록 보내 온 시댁

입력 2013-03-28 14:01:37

저는 결혼식을 몇 달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얼마 전 결혼예식 준비를 위해 양가 어른들과 상견례를 가졌고 예비시어머니로부터 시댁 예단 준비물 목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10여 명이 넘는 시댁 식구들 명단과 저희 쪽에서 준비해야 할 예단의 명품 브랜드까지 적혀 있었습니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저보다는 예비신랑의 학력과 직업이 출중하다는 이유로 부담스러운 예단 요구에 당황스럽습니다.

특히, 얼마 전 시부모님 예단을 미리 백화점을 통해 보내드렸는데 그 물건이 반품되었다 합니다. 이유는 시부모님 수준에 맞지 않는 브랜드라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의 분노와 자존심 상함은 극에 달하였고, 중간에서 어쩌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신랑의 태도는 더욱 씁쓸합니다. 이 상태로 결혼을 하자니 서로 대립할 것 같고 결혼을 파기하자니 이미 결혼사실이 알려져 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혼은 당자자 모두에게 있어 기쁨과 축복의 선물일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 전 양가 예물준비 과정에서 겪는 귀하의 갈등은 매우 곤혹스러우리라 여겨집니다.

지금 우리의 결혼문화는, 혼인을 위해 신부 측에서 '예장(禮粧)과 예단(禮單)'이라는 과다한 혼수품을 장만해야 하는 분위기로 양가 갈등은 물론 사회적 물의를 빚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수준 높았던 고유 결혼풍습에 대한 예단의 유래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인 것입니다.

세종실록(世宗實錄)의 전통적 혼례풍속은 '여자가 남자집으로 시집가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의복, 가사에 필요한 다양한 집기물과 곡식을 준비해서 여자 집으로 장가를 갔고 거기서 자식을 낳고 다시 본가로 돌아가는 남귀여가(男歸女家) 혼속(婚俗)'이었습니다.

이는 귀한 딸을 며느리로 주는 친정 측 부모를 고맙게 여겨 시댁 측에서 여자 측의 경제적 곤란을 덜고 신부를 귀히 여겨 예와 봉사를 건네는 대단히 수준 높은 우리 고유의 혼례 미풍양속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귀하께서 겪고 있는 갈등 중 하나인 신부 측에서 혼수품과 예단을 준비해야 하는 풍습이 왜 우리사회에서 정착된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전통 관습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즉, 남자가 여자집으로 장가가서 자식 성장과 재물을 이룬 후, 다시 본가로 돌아갈 때 그간 시댁 어른들이 베풀어 준 경제적'심리적 지원에 대한 인사의 예(禮)로서 준비해 갔던 것이 예단이었습니다. 이런 수준 높은 문화가 조선시대를 거쳐 그 뜻과 과정이 무시된 채, 신부 측이 과다한 혼수장만을 해야 하는 것으로 변질된 것입니다.

우선, 귀하께서는 오늘 저와 함께 나눈 예단에 대한 원래의 혼례풍속에 대해 예비신랑과 차근차근히 대화를 시도하여 볼 것을 권유합니다. 원만하게 진행되는 대화과정에서 상대방은 혼인준비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특히, 딸을 오랜 세월동안 곱게 키워 사위에게 보내는 친정 부모에 대한 노고와 정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그 결과, 신랑이 자신의 부모를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의 변화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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