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를 흔들며 창공을 마음껏 나는 연의 몸짓이 환상적이다. 빙글빙글 돌며 동그라미를 그리는 광경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여러 개의 연이 짝을 이뤄 일사불란하게 비행하는 모습이 흡사 공군기의 편대비행 같다.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에 방향을 급선회해서 요란하게 하늘로 치솟는 묘기에는 가슴이 서늘해진다.
하늘을 수놓는 역동적이고 예술적인 이 연(鳶)의 향연은 스포츠카이트(Sportkite)이다. 스포츠카이트는 이름 그대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민속놀이로 이어져 온 연날리기에 스포츠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실을 묶어 하늘에 날리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지만, 모양새나 비행 기술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연과 차이가 있다. 전통 연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지만, 스포츠카이트는 바람을 품고 비행한다.
통상 연은 외줄을 달아 날리지만, 스포츠카이트는 2줄이나 4줄의 실을 매어 두 손으로 조종한다. 그래서 단순히 연을 날리는 놀이를 넘어 조정 줄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공중 곡예비행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카이트의 유래는 그 속도감과 비행술에서 보듯 전쟁과 관련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의 대공 함포사격 훈련용 타깃으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형의 타깃카이트가 변형된 것이다.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마음껏 비행할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이색 스포츠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상당히 대중화되어 카이트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일(29일)부터 사흘간 의성 안계 위천 둔치에서 열리는 제3회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에서 스포츠카이트 코리아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아직 스포츠카이트에 대해서는 생소한 연 동호인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멋진 구경거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국제연날리기대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20여 개국 300여 명의 선수들이 저마다 고유하고 특별한 연을 들고 하늘 축제에 참가한다. 오토캠핑과 전국노래자랑대회, 민속씨름대회, 달집 태우기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풍성한 봄 잔치를 벌인다.
고즈넉한 농촌의 30여 년 연날리기대회가 이처럼 대규모의 지구촌 축제로 성장한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스포츠카이트와 함께 연 문화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 이번 연날리기대회에 '봄바람 꽃바람 연바람'이 더욱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