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짜평 넘쳐 전문가 리뷰는 외면…다양한 담론 펼 곳 필요
# 무비위크 폐간을 보며
영화 주간지 무비위크가 이달 22일 571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다. 무비위크에서는 발행 종료라는, 다소 유순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폐간된 것은 폐간된 것이다. 무비위크 기자들은 같은 계열사에서 만드는 매거진M이라는 잡지로 보직 이동해 이 잡지의 섹션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무비위크를 시장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01년 창간돼 12년을 이어온 무비위크는 이제 과거가 되었으며, 이로써 국내 영화 잡지 시장은 씨네21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그 많던 영화 잡지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하나만 남은 영화 잡지
영화 잡지를 읽었던 이들이라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하나 둘 영화 전문지가 창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1980년대부터 전해온 스크린을 이어 키노, 씨네21, 프리미어, 씨네버스, 필름2.0 등 다양한 영화 전문지가 시장에 나왔다. 이제는 대부분 과거가 된 이름들. 한때 월간지 세 개, 주간지 세 개라는, 영화 담론의 풍년 시대를 보내기도 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장이 변화하면서 잡지들은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월간지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주간지도 폐간의 길을 걸었다. 2008년 필름2.0과 스크린이 폐간되면서 무비위크와 씨네21만 남았는데, 이제 무비위크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시장 변화를 꼽는다. 영화 홍보사의 재원은 한정적인 데 비해 잡지는 포화 상태인 상황. 여기서 1차적으로 여러 잡지가 무너졌다. 게다가 종이 잡지보다 포털을 더 선호하는 관객들의 특성 때문에 홍보사에서도 종이 잡지에 광고하지 않고, 비싸지만 효과가 나은 포털에 광고하면서 종이 잡지는 설 자리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이제 관객들은 포털에 올린 관객들의 감상평과 별점을 참고하지, 평론가와 기자가 작성한 평과 리뷰를 읽지 않는다. 말 그대로 영화를 보지, 영화평을 보지는 않는 것이다.
-영화 전문지 존재의 이유
그렇다면 지금 시대는 영화 전문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인가? 이것을 시대의 반영으로 파악해 순응해야 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영화 전문지는 단지 영화 정보만 전해주는 매체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 전문지는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 내는 터전이다. 영화 담론을 토대로 지금 우리나라의 영화 문화를 점검하고 영화 정책을 뒤돌아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를 영화를 통해 예지하도록 만든다. 영화는 그 시대가 나갈 방향을 보여주는 무의식적 안테나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혹자는 포털이나 인터넷에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는 없는 정보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반은 맞는 말이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인터넷은 종이 잡지 같은 담론을 결코 형성하지 못한다. 한 영화를 두고 밀도 있는 논의를 하거나 특정 영화 정책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순간적인 피드백이 주를 이룬다. 나는 지금 인터넷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은 인터넷 고유의 역할이 있고, 종이 잡지는 종이 잡지 고유의 역할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한국영화 황금기와 영화 잡지의 폐간
무비위크 폐간이 무엇보다 슬픈 것은 지금이 한국영화의 황금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사이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무려 3편이나 등장했고, 2월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은 무려 82.9%였다.
이런 시대에 영화 전문지가 폐간된다니? 영화 전문지가 없다면 이제 누가 한국영화의 여러 난제에 대해 심도 있게 취재해 문제를 제기할 것인가? 특정 영화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어느 매체에서 볼 수 있을 것인가? 건전한 비평이 없으면 누가 영리만 추구하는 산업에 충고를 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전문지의 죽음은 영화 문화의 죽음이다. 풍성하고 다양한 영화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 곳에 좋은 영화가 자리 잡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나는 지금 한 주간지의 폐간을 두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영화 문화의 경박한 풍토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모습이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한국영화 호황이라는 이 시기는 산업적 호황일 뿐 영화문화는 더욱 말라간다. 이 이상한 괴리가 나는 정말 무섭다.
-영진위와 영상자료원이 나서라
마지막으로 제안을 하나 할까 한다. 영화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그 안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삶과 생각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영화 전문지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나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한국영상자료원이 이제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사이트앤사운드는 정부 보조금으로 만드는 잡지지만, 세계적 권위를 지니고 있다. 우리도 이제 이런 잡지를 만들어야 한다. 영진위에서는 현재의 영화 담론과 영화 정책을 중심으로 한 월간지를 만들고, 영상자료원에서는 영화 역사와 한국영화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계간지를 만드는 것은 어떨지 진지하게 권한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고, 영화 전문지도 단순한 잡지가 아니다.
강성률<영화평론가·광운대 교수 rosebud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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