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일자리 보다는 인력양성 시스템 구축

입력 2013-03-27 07:43:47

"희망의 새 시대"라는 비전 하에 출범한 새 정부가 공표한 제1의 국정과제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새로운 생존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우리 지역이 직면한 최대의 현안인 양극화의 해소와 지역발전이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력의 공급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설령 아무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해도 과연 지역의 우수 인재들을 우리 지역에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해마다 대구경북 지역 52개 대학에서 1만7천여 명의 이공계 인력이 배출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수도권 구직자의 경우에는 45%가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지방근무는 싫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수도권, 대기업 선호현상으로 인해 체감 청년층 실업률은 22.1%에 달하지만 정작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인력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역중소기업들의 56.5%가 숙련 기능인력 부족을, 42.6%가 기술개발인력 확보에 불만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기업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구직자의 '눈높이 낮추기'라는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 제대로 된 인력양성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먼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산업화를 성공시킨 것도 이승만 정부에서 초등교육 의무화를 통해 숙련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양질의 인력공급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중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지역에 제대로 된 인력양성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몇년 전 한국대학 교육의 '경제'사회 요구 부합도' 조사에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 특히 지역대학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대학과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에서 맞춤형 학과 혹은 계약학과를 통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들 인력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우수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대다수의 지역 중소기업들은 인적자원 공급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대학 등 지역 교육훈련기관들의 역량 역시 취약하여 수도권과 지역간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력양성 시스템의 재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먼저 자체 직업훈련시설과 인력양성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들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면 지역의 교육훈련 기관의 역량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학이 기존의 1차적인 인적자원 공급기관의 역할에서 지역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취업한 졸업자 및 재직자에 대한 교육 등으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산학협력의 질적 향상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인력 양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함으로써 각 교육기관별로 특화된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하고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간 지역발전과 인적자원 개발이 별개의 정책영역에서 다루어짐에 따라 상호간 협력의 부족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미흡했다. 이제 지역발전은 지역을 구성하는 인적자원의 역량에서 출발한다는 인식 하에 동일한 정책영역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지역의 인적자원 개발 시스템의 재구축을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제대로 양성'공급된다면 지역에 유망 기업들이 유치되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인력양성시스템의 구축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선행조건이자 필요조건이다.

이재훈/영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rhee@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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