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시상식 날 풍경

입력 2013-03-26 11: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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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운 좋게도 큰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집에 알리기는 했지만 수상식에 식구들이 함께 가지는 않았다. 식구들과 함께 서울까지 기차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가는 길이 번거롭기도 했고, 상 하나 받는 데 가족까지 대동한다는 게 왠지 촌스럽고 쑥스럽다는 생각도 했다. 게다가 시상식 뒤에는 뒤풀이가 있을 것이고 가족이 함께 간다면 성가실 것 같았다. 무슨 일이든 소리 내지 않고 처리하는 것이 오래된 내 습관이기도 했다.

시상식장에서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윤식 교수(문학평론가)와 나란히 앉게 되었다. 김 교수는 내게 '왜 혼자 왔느냐? 부모님은 안 계시느냐? 결혼은 했느냐? 자식은 왜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요'라고 답했던 것 같다.

김 교수는 '자식이 상을 받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주는 것만큼 큰 효도도 없고, 아버지가 큰 상을 받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도 드물다'고 말씀하셨다. 그날 내 못난 행동을 크게 후회했다.

경상도 남자들은 자신이 축하받는 일을 쑥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성취를 하거나 선행을 하고도 누가 칭찬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자신의 선행이나 작은 성취를 겸손하게 바라볼 줄 아는 태도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랑할 만한 일은 굳이 감추고, 못난 일만 들춰내는 것이 건강한 태도는 아닐 성싶다.

김윤식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뒤로 나는 주변 사람들이 상을 받게 되면 시상식 때 부모 형제 자녀들과 꼭 함께 가시라고 몇 번씩 당부하곤 했다. 내 개인적 후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도 있다. 독자들께도 가족 중에 누군가 상을 받는 날에는 온 식구가 함께 가시라고 강권하고 싶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내 자식 또는 내 부모님이 칭찬받고 박수받는 모습을 꼭 구경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꽉 막힌 것 같기만 한 내 인생 주변에도 가끔은 좋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자식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만끽하고 그 모습을 온몸에 새기고 반추하기를 바란다.

조금 쑥스럽기는 해도 그 순간보다 가치 있는 순간은 드물 것이다. 내가 상을 받는 모습에 부모님은 속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실 것이고, 자식은 나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부모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는 반듯하게 자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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