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로봇·센서·디스플레이…생체모방 종이의 발전

입력 2013-03-26 07:35:16

종이는 식물이나 나무에서 얻어지는 셀룰로오스로 구성된 섬유를 재조합해 구성한 천연 재료다. 가볍고 값이 싸며 썩어 없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기록 매체로 사용해온 종이를 새로운 기능성 재료로 사용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전기 작동 종이' 또는 '생체 모방 종이 작동기'(Electro-Active Paper'EAPap)라고 불리는 종이가 그것. 이 종이는 셀룰로오스를 주성분으로 한 것으로 종이 양면에 전기를 가할 때 떨림이 발생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종이가 가벼워 배터리 전원을 탑재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원격으로 종이에 전원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종이에서 떨림이 발생하는 사실은 인하대 김재환 교수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사실을 2001년도 국제학회에서 처음으로 알린 김 교수는 2003년부터 과학기술부 과학재단에서 지원하는 창의연구진흥사업의 '생체 모방 종이 작동기 창의연구단'을 맡아서 전적으로 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셀룰로오스 섬유로 생체 모방 종이 작동기를 만들어 낮은 전압에도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얻었고, 그 원리를 밝혀냈다. 또 마이크로파로 원격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인 렉테나(rectenna)를 NASA와 협동으로 개발했고, 마이크로파로 구동되는 생체 모방 종이 작동기도 만들었다.

현재 김 교수는 렉테나를 바로 셀룰로오스 종이 위에 통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종이의 거친 표면에 나노급의 박막을 일정한 형태로 만드는 일과 간단한 반도체소자를 직접 만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생체 모방 종이 작동기는 각종 공해 정보, 화산, 산불, 해충, 교통량, 테러 감시, 군사 이동 등의 감시 정보를 채취하는 초소형 비행체 및 행성 탐사에도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생체 모방 종이 작동기 연구는 종이 로봇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셀룰로오스의 압전 효과를 이용해 압전 종이를 만들었다. 셀룰로오스는 나무 및 식물의 구조를 이루는 성분으로, 고리들이 일정한 질서를 가지고 배열된 결정 영역과 비결정 영역을 갖고 있다. 이렇게 배열된 결정 영역의 결정 구조는 압전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셀룰로오스 압전 종이는 힘을 가해 잡아당기면 종이 양면의 전극에서 큰 전하가 발생하는데 이것은 진동센서로 쓰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셀룰로오스 종이가 온도, 습도, 변형, 포도당 농도 등에 따라 전기적 신호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물류 운송 감지 센서, ID-tag 등에 쓰일 수 있다.

원격으로 구동되는 종이 작동기는 영화, 오락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꽃, 곤충 등을 만들 수 있으며 벽에서 스테레오 음을 내는 스마트 벽지를 만들 수도 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무선 전력 송신 기술은 정보 통신과 가전 등 여러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 셀룰로오스에 극소량의 탄소 나노 튜브를 혼합해 종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이것은 종이 반도체의 시대를 열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다.

셀룰로오스 종이는 이제 단순한 기록 매체로서의 종이가 아니라 로봇, 센서, 디스플레이, 초소형 비행체, 스피커, 트랜지스터, 배터리 및 화장용 패치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의 상품이 될 수 있다. 종이를 과거부터 있어 온 값싼 재료로만 인식했던 우리에겐 '종이에 대한 제2의 발견'이라 부를 만한 일이다.

사진=인하대 김재환 교수팀이 제작한 종이 트랜지스터 사진. 김재환 교수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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