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저소비의 늪에 빠졌다. 저소비는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소비가 줄면 생산과 투자가 줄고 생산과 투자가 줄면 고용과 소득 기반이 타격을 받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러한 연쇄반응을 끊지 못하면 결국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되고 종국에는 공황으로 치닫는다.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이 바로 그랬다.
한국은행의 조사는 이런 시나리오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0년 6.3%에서 2011년 3.6%, 2012년 2.0%(속보치)로 떨어지는 동안 민간 소비 증가율은 4.4%→2.4%→1.8%로 곤두박질쳤다. 3년 연속 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돈 것이다. 이는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은 부자가 되는데 가계는 가난해지고 있는 현상의 당연한 결과다. 한국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0~2010년 사이 기업 소득은 연평균 16.4% 늘었으나 가계 소득은 2.4% 증가하는 데 그쳐 기업 소득 증가율이 가계 소득 증가율의 7배에 달했다. 2006년 이후에는 18.6% 대 1.7%로 그 격차가 무려 10배를 넘는다. 기업이 창출한 이윤이 국민과 사회에 분배되지 않고 기업에 잉여금으로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나라와 기업은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1990년대 일본을 닮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잃어버린 20년'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열심히 일본을 따라해 왔지만 더 이상 일본은 우리의 '롤 모델'이 아니다. 가난한 국민에게 부자 기업과 부자 나라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업과 정부는 저소비의 저주가 보내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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