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이름 팝니다"…도시철 3호선 30개 역명 매물로

입력 2013-03-25 11:12:05

1·2호선 5억 수익

대구도시철도 1호선 송현역 승강장에 부착된 역명 표지판에는 역 이름과 함께 주변에 있는 병원 이름이 표기돼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도시철도 1호선 송현역 승강장에 부착된 역명 표지판에는 역 이름과 함께 주변에 있는 병원 이름이 표기돼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도시철도 역이름을 팝니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30개 역의 이름이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 심의위원회가 정한 역이름에 역사 주변 기관이나 상업시설 이름을 함께 적는 방식으로 역이름을 팔기로 한 것. 신청 대상은 공공기관, 학교, 의료기관,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이다. 각 역사의 반경 1㎞ 이내에 위치한 곳이어야 한다. 다만 1㎞ 이상이라도 역사로 셔틀버스를 운행할 경우에는 대상으로 인정한다. 1개 역당 1개만 함께 적도록 해 복수가 신청할 경우 입찰 가격이 높은 곳을 선정한다.

◆1'2호선 역 역이름 팔아 수익 5억원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올 10월쯤 3호선 30개 역이름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월 20일까지 3호선 역이름에 대한 시민 의견을 공모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후 역사 주변 공공기관이나 학교, 의료기관, 상업시설 등이 요청할 경우 역이름 옆에 병기할 수 있게 된다. 병기되는 이름은 역사 외부 출입구 안내판, 역구내 안내판, 노선도 등에 실린다. 예컨대 '건들바위네거리역(남구청)'처럼 표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안내방송 서비스도 포함된다. 역에 도착했을 때 병기된 곳에 대한 간략한 안내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이번 내리실 곳은 건들바위네거리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남구청으로 가실 분은 1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를 내보내는 것이다. 대신 도시철도 3호선 운영자는 광고비를 받는다.

대구도시철도 1, 2호선 운영자인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지난해부터 1호선 진천역(보강병원), 성당못역(세강병원), 반월당역(현대백화점), 송현역(참조은병원), 2호선 반월당역(현대백화점), 죽전역(구병원), 서문시장역(동산병원) 등 모두 7곳의 역 이름을 팔았다. 2014년까지 3년간 표기해 주는 조건으로 업체당 평균 연간 2천200만원씩 모두 5억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렸다.

◆'대봉교역' VS '김광석역'

도시철도 3호선 30개 역 중 절반에 달하는 15곳은 상업시설이 많은 교차로와 인접해 있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교차로와 인접할 경우 교차로의 이름을 역이름으로 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1, 2호선의 경우 58개 역 이름 중 계명대, 서문시장, 경대병원, 대구은행, 대공원, 영남대, 영대병원, 교대, 칠성시장 등 9곳이 주변 교차로의 이름을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이 같은 선례에 따른다면 3호선 역 이름 중 병기 신청이 가장 유력한 곳은 대백프라자다. 대백프라자의 경우 인접한 역사에서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고 곧바로 대백프라자 3층으로 통하는 10m 길이의 통로가 마련될 정도로 가깝기 때문이다. 대백프라자는 내심 역이름이 '대백프라자역'으로 정해지면 좋겠다는 입장. 근거는 '대구은행역'이 상업시설임에도 역이름으로 정해진 것과 관련한 기대감이다. 그러나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 심의위원회가 특혜시비에서 벗어나고 공익적인 측면을 감안한다면 이곳은 '대봉교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봉교 정거장 이름을 '김광석역'으로 짓자는 주장도 만만찮다. 지난 2010년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난 고인을 기리고 추억하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생겨나 시민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방천시장과 가까운 3호선 대봉교 정거장 이름을 김광석역으로 하고 3호선 및 중구 근대골목과 연계하면 대구 도심을 스토리가 있는 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심하는 동산병원

동아백화점도 강북점, 수성점이 3호선과 가깝다. 특히 수성점은 29번째 역사가 가까이 들어설 예정. 학교의 경우 대구보건대, 대구과학대가 3호선 지척에 있어 이들도 병기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산병원은 고민이 불가피한 상황. 이미 2호선 서문시장역(동산병원)에 이름을 병기하고 있는데 3호선 17번째 역이 응급실 바로 앞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의 경우 서문시장과 동산병원을 제외하고 큰 기관이 없어 3호선 역 이름이 동산병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동산병원이 2015년 7월 계명대 성서캠퍼스 옆으로 이전한다는 점이다. 동산병원은 아직 후적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이드라인도 나와 있지 않은 상태. 동산병원 관계자는 "병원 전체를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주요 역할을 하게 될 병원은 2호선 강창역 인근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며 "2014년까지 역이름을 병기하기로 한 2호선 '서문시장역(동산병원)'과 계약기간이 끝나면 2호선 강창역에 '동산병원'을 병기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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