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단상] 상생과 공생

입력 2013-03-25 07:05:31

3월 13일 상주 화북면 서부출장소에서 열린 문장대온천사업 주민설명회에 온 상주지주조합원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30년 가까이 끌어온 문장대온천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환경오염 논리를 앞세워 반대 원정 시위를 온 충북 괴산 주민들 때문이었다. 온천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해묵은 갈등을 풀고 낙후된 도(道) 경계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기사가 매일신문에 게재됐다.

'상생'과 '공생'에 대해 알아보자.

'상생'(相生)은 음양오행설에서 금(金)은 수(水)를, 수(水)는 목(木)을, 목(木)은 화(火)를, 화(火)는 토(土)를, 토(土)는 금(金)을 낳음을 이르는 말("자연은 오행 상극이 아닌 상생을 통해 공존한다.")로 반대말은 상극(相剋) 상충(相沖)으로 대부분의 사전에는 설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생'이 여럿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뜻으로 종종 신문 지면에 표기하다 보니 '공생'(共生)의 잘못된 표현이 아닌지 오해를 사고 있다. 여타 국어사전과는 달리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여럿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간다'는 내용이 게재돼 "자연과 인간은 상생 관계에 있다."는 예문이 실려 있다. '공생'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삶이란 뜻으로 "그 두 사람은 공생 관계에 있다."로 쓰인다. '상생'에서의 상(相)은 서로를, '공생'에서의 공(共)은 함께를 뜻하기에 서로보다는 함께의 뜻이 담긴 '공생'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쩌면 저 꽃들이 다/ 눈물일지 모른다/ 저 눈물이 다/ 꽃이게 하는/ 화창한 봄날이다" (고창영의 시 '화창한 봄날' 중에서)

3월 20일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이었다. 기상청이 지난 20년간(1981~2010년) 계절 지속 기간을 분석한 결과 대구는 1980년대 116.1일이던 여름의 길이가 2000년대에는 124.4일로 8일 이상 길어졌다. 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이 이 기간 최대 14일 줄고 여름은 최대 10.3일 길어진 데 이유가 있다지만 대구의 봄은 피부로 느낄 만하면 금세 여름이라 아쉽기만 하다. 우리 모두 화창한 봄날만큼 얼굴이 활짝 폈으면 좋겠다.

'까칠까칠하다'와 '까슬까슬하다'에 대해 살펴보자.

'까칠까칠하다'는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 등의 여기저기가 매우 윤기가 없고 거칠다라는 뜻으로 "아침에 면도를 하지 않아 턱이 까칠까칠하였다."로 쓰인다. '까슬까슬하다'는 살결이나 물건의 거죽이 매끄럽지 않고 까칠하거나 빳빳하다, 성질이 보드랍지 못하고 매우 까다롭다라는 의미로 "그는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까슬까슬하게 대한다."로 활용한다.

로마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무엇이 되고자 하는가? 그것을 먼저 자신에게 말하라.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행하라."라고. 화창한 봄날 마냥 상념에만 젖지 말고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 자문(自問)해보면 어떨까요.

성병휘<교정부장 sbh126@msnet.co.kr>

※지난 5년 간 교열단상을 아껴주신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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