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어서들 오세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웃고 웃다가 저도 몰래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아가야 울지 마라, 아빠가 있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일단 와보시라니깐요." 왠지 눈과 귀에 익은 이끌림으로 들어선 극장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리저리 따지고 재어보아도 도대체가 막막한 세상, 여기 묻고 저기 물어봐도 당최 대답 없는 시절의 답답함에 많이들 지쳤나 보다.
'7번방의 선물'(2013)은 아예 작정을 하고서 준비한 '폭소, 순정, 감동 신파극'의 종합선물세트다. 한참 모자라는 머리만큼 넘치도록 착한 딸바보 아빠와 깜찍한 미소에다 똑 부러지는 천사표 딸내미의 빛나는 짝꿍. 그 행복감이 반짝일수록 문득 덮쳐오는 불행의 음울한 그림자에 더더욱 몸서리쳐진다. 끝끝내 어둠의 뒤편에서 목을 조여 오는 악당과 이에 끈질기게 맞서는 수호천사의 팽팽한 대결. 그 긴장감을 이리 으르고 저리 눙치는 곁꾼들의 푸짐하고도 맛깔스러운 추임새까지 마련되었다. 자! 이제 한판 놀아보고 맘껏 울어볼 거나.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아니야! 다른 친구의 아빠들은 놀이공원에 함께 가주지도 않는대." 자랑스러운 아빠와 사랑스러운 딸내미가 주고받는 닭살 돋는 속삭임이다. 서로를 돕는다는 것은 무작정 우산만 씌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란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든든한 우산이 채 되어주지 못하는, 그냥 나란히 비나 맞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움과 미안함만은 어쩔 수가 없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수호천사의 마지막 안간힘도, 절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리려는 동료들의 눈물겨운 발버둥도 다 소용없다.
"만에 하나라도 네가 빠져나간다면, 기필코 네 딸아이에게 앙갚음을 하겠다!"라는 핏발선 으름장만 맴돌 뿐이다. 무지막지한 비바람을 막아줄 변변한 우산이라도 챙겨줄 수 없다면, 차라리 이 한 몸 던져 우산이 되리라. 한껏 웃으며, 사형장으로 향하는 걸음이 자꾸만 멈칫거린다.
어린 딸내미 혼자 남겨두고서 가는 길이 미안하고, 또 미안한가 보다. 일그러진 웃음 뒤로 눈물 감춘 주인공을 대신하여, 옆자리의 아내랑 같이 울어주었다. 기왕에 들킬 눈물이라면, 어디 실컷 울어나 보자!
눈물방울이 비록 완고한 바위에 튕겨 나뒹굴거나. 아득하여 닿지도 못하고 하릴없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또 울자, 자꾸만 울어보자! 얼뺨을 맞더라도 진작 준비된 눈에서 눈물이 난다. 꼭 아프거나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울고 울다 보면 굳었던 가슴이 풀리고, 말라붙었던 눈물샘에도 착한 온기가 돈다. 트인 눈물길로 비로소 세상의 온전한 아픔과 슬픔들이 가만히 보이기도 한단다.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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