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료지구 의료 축소 논란…대구경제자유구역청-대구도시공사
대구 수성구 대흥동 일대 122만㎡에 조성되는 수성의료지구 개발 방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성의료지구는 당초 의료와 교육, 문화, 정보기술(IT) 등 지식서비스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2008년 5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외국계 대형병원 유치' 등 의료 부문이 지구의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의료 부문 축소를 두고 관련 기관 사이에 의견차가 생겨나고 있다. 지구사업 시행자인 대구도시공사는 수성의료지구에 대형 병원을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의료 부문을 대폭 줄이고 개발 방향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세우자는 입장이다.
반면 지구 개발을 총괄하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수성의료지구가 대구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 지역인 만큼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병원 유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병록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수성의료지구에 종합병원 유치가 꼭 필요한가.
▶수성의료지구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의 R&D 및 의료기기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최상급 의료기관을 유치,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미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단지로 육성돼야 한다. 특히 외국인 투자촉진을 위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지역 거주 외국인들의 정주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형 의료기관의 유치가 꼭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수성의료지구에 외국계 병원 및 국내 유명 병원들과 접촉해 유치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의 특성상 병원들이 아직까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수성의료지구는 지구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보다 활발한 유치활동을 펼쳐 당초 경제자유구역 지정 취지에 부합하는 차세대 의료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일각에서 종합병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
▶수성의료지구 내 종합병원 유치는 현재 대구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볼 때 포화상태라고 말하는 의견이 있다. 3월 현재 대구에는 종합병원 12개, 병원 159개, 의원 1천557개가 있다. 하지만 지역 주요 의료기관 수준이 전국 상위 랭크에 손꼽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대구 메디시티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도형 의료기관 유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지역 내 적정 의료수요를 파악해 수성의료지구 의료단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유치전략 수립 용역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 치료 목적이 아닌 관광과 쇼핑이 연계된 의료관광 분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병원 유치 대안으로 간, 심장 등 중증질환 전문 병원, 성형 및 안티에이징을 비롯한 의료관광 특화병원, 줄기세포 등 재활 의료병원 등 유치 콘셉트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수성의료지구 콘셉트에 맞는 의료기관 유치를 통해 지구 활성화 및 의료특구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수성의료지구 개발 로드맵은.
▶의료, 교육, 문화 등 IT 기반 지식서비스 단지로 본격 조성될 수성의료지구 개발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승인에 이어 지난해 11월 수성의료지구 간선도로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올해 사업비 187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보상 재원 마련을 위한 공사채 2천900억원을 행정안전부로부터 승인받아 사업추진을 위한 모든 준비가 마무리돼 개발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사업지구 내 토지 등 지장물건 조사를 이달 중으로 마무리하고 4월쯤에 보상을 위한 공람공고 등을 할 예정이다. 5, 6월에는 감정평가 및 보상협의회를 개최하고 7월부터 본격적인 보상협의를 시작해 보상협의 절차가 이뤄지면 8월쯤 공사를 발주, 11월에는 단지 조성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6년에 조성사업을 완료한다.
사업이 진행되면 2014년 하반기부터 단계별로 토지를 공급해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SW 융합 클러스터 조성과 더불어 의료서비스, 문화 등 IT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서비스산업지구로 조성되며 인근의 신서첨단의료지구와 더불어 지식기반서비스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이종덕 대구도시공사 사장
-수성의료지구에 종합병원 유치가 힘들다고 보는 근거는.
▶현재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병원을 증축하거나 신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종합병원 유치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지역 대학병원들의 심한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청의 병원 유치 의지는 높이 사지만 의료법인 유치를 몇 년이고 기다릴 수는 없다. 이럴 경우 전체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 2001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인천 송도도 외국계 병원 유치를 앞세웠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수성의료지구란 이름에만 얽매이지 말고 정책적 취지는 살리되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지구 핵심기능을 변경하고 ICT 산업을 유치하면 지식기반산업단지를 지향하는 수성의료지구 개발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
-도시공사가 IT를 주축으로 개발하려는 이유와 향후 방향은.
▶수성의료지구에서 의료용지가 전체 산업용지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5년이 넘도록 병원 유치가 전무하다. 유명 병원을 수성의료지구에 불러오지 못할 바엔 지구 지정 변경을 통해서라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도시공사에서 ICT 사업으로 콘셉트를 변경하려는 것 역시 앞서 밝힌 국내외 의료법인 유치를 회의적으로 보는 것과 무관치 않다. 게다가 ICT 산업을 유치한다 하더라도 수성의료지구 사업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수성의료지구는 2008년 지구 지정 당시 교육 및 의료산업과 같은 지식기반서비스업의 육성을 통해 지식창조형 경제특구로 성격을 규정했다. ICT 사업 유치와 발전이 결국 지식기반서비스업 육성 아닌가? 도시공사의 사업 취지는 전혀 수성의료지구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의료 부문이 축소되면 당초 취지가 사라져 난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현재 수성의료지구는 의료법인에 발목이 잡혀 사업 진행이 더디다. 지구 전체 122만1천㎡ 중 가처분면적(매각 가능 용지)은 46만2천㎡이며 이 중 19만8천㎡가 산업연구시설용지(의료, 문화, 지식용지)다. 이 부지는 경제자유구역청에 판권(판매권)이 있다. 나머지 26만4천㎡는 주택, 상업, 기타용지로 도시공사가 매각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경자청이 산업연구시설용지에 대해 포괄적 정의를 내리지 않는 한 도시공사로서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수성의료지구 사업시행자인 도시공사는 올해 9월까지 어느 정도 보상을 마무리하고 연말쯤 지구 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2천900억원의 공사채 발행 승인도 받아 사업비 확보에도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경자청에서 가능성이 낮은 의료 법인 유치란 원론적인 얘기를 되풀이한다면 전체 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7월과 8월 각각 계획돼 있는 토지 보상과 공사 발주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실현가능성이 적은 외국계나 국내 종합병원 유치만 고집하지 말고 의료지구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통해 ICT 산업 유치 길을 열어줘야 한다. 논리에 얽매여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의료 법인 유치에 목을 매기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큰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100% 대구시가 출자한 대구도시공사로서는 시민 이익이 가장 우선이며 의료지구 사업 변경이 곧 대구 발전과 시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