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무제

입력 2013-03-22 07:42:12

우리는 가끔 소설을 읽을 때나 드라마를 볼 때 혹은 영화를 볼 때 처음부터 저자가 의도하는 전체의 주제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뭔가 희미하지만, 저자가 이끄는 내용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아!'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랑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식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위해 내용의 전개가 절망적으로 혹은 안갯속으로 헤매다 빛처럼 찾아드는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전체 줄거리를 거치는 긴 시간을 통해 결국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한 바를 찾아내어 거기에 감동하고 박수갈채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어쩌면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한 적이 있었다.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볼 때 그 사람의 현재 상황에서 보이는 성공과 실패 여부를 가지고 인생 전부를 쉽게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인생들은 희로애락의 깊은 터널을 통과하게 마련이다. 결국에 가서 지나온 인생 여정을 돌아보며 각자 인생의 결론은 이것이며, 이 결론을 위하여 때론 암흑 속에서 때론 가시밭길 속에서 또는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각자의 인생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었겠지만, 그 경험되어진 결론들은 후대에 훌륭한 교훈적 유산으로 남게 된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주세페 베르디(G. Verdi 1813~1901)라는 오페라 작곡자가 있다. 그는 평생에 걸쳐 많은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단 두 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비극적인 내용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의 인생 80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오페라가 희극으로 유명한 '팔스타프'이다. 베르디는 주인공 팔스타프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명대사를 남긴다. "세상만사는 희극이며 인간은 광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비극적인 내용으로 오페라를 작곡해 인생의 모든 슬픔을 무대 위에서 표현했지만, 마지막 결론으로 무대 위에서 희극을 연기하는 광대로 인생을 정의하며 후대 인류에게 강렬한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며 나의 인생은 어떠했던가, 그 결론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비극으로만 살다가 비극의 결론을 남길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희극으로만 살다가 비극으로 막을 내리는 것으로 인생의 종지부를 찍기도 할 것이다. 또 베르디의 경우처럼 평생을 비극과 함께 살았다 할지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인생을 희극이라고 결론지으며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도 있을 수 있다. 우리들의 인생은 어떤가?

김상충(성악가'이깐딴띠 음악감독) belcantokim@hanmail.net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