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규(대구 서구 비산1동)
하루가 길다
새삼스레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늘이 나에게서 먼 곳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거리를 느껴오고 있었다
오래된 담벼락에 새겨진 그리운 이름 같은 것
그 몇 글자를 그릴 때의 나는 아무래도 좋다
무엇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워진 낙서의 공간만큼 텅 빈,
어렴풋이 떠오르다 갑자기 덧칠해져 버리는 그날, 그때의 나
숨 쉴 때마다 네 시간들이 그리워라
아직도 남아 먼 곳을 맴도는 너의 향기, 소리, 거리의 소란
한참을 기다려도 하루의 끄트머리는 너에게로 내젓다가 멈춘다
저 머나먼 구름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비를 한껏 머금고 하루의 끝으로,
너의 모든 것이 나에게서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