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 말 많던 일 부끄러워 그간 인터뷰 도망 다녔다
"언젠가부터 말이 아니라 액팅, 연기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게 됐죠. '뿌리 깊은 나무'를 끝내고 인터뷰를 한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텐데, 세종에 대해서나 연기에 대해서 나 혼자 작품을 통해서 말하면 될 것 같았어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연기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한석규(49)는 2004년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이후로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작품 활동을 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주목을 받았고, 엄청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단 한 건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한석규는 "지나간 인터뷰 기사를 보면 '아, 저런 이야기를 했나?' 하는 때가 많았다"며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왔는데 도망 다녔다"고 회상했다.
그는 "과거에는 칭찬에 취해서 미사여구로 뭐라고 말하고 했는데 그게 낯부끄러웠다. 남들이 '그러면 어때?'라고 하는데 '난 그게 꼴 보기 싫었다'"며 "모욕감을 드리려 한 건 아니다. 모욕감을 주는 게 가장 나쁜 일인 것 같다"고 미안해했다. "깔끄럽게 굴어서 미안하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최근 출연했던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언젠가는 보겠지만 당분간은 못 볼 것 같다"고 손사래 쳤다. 역시 낯부끄럽기 때문이다.
★호흡 맞춘 이제훈, 관객과 소통하는 힘 좋아
한석규가 다시 언론 앞에 선 이유는 조금은 편해진 마음이기도 하거니와 또 영화 '파파로티'(감독 윤종찬)가 조금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제훈(29)이 군 복무 중이니 책임의식도 더 강하게 생긴 탓도 있다.
한석규는 "EBS에서 청소년들 10명 정도가 나와 학교 폭력, 경쟁 등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우리에게 하라고 말하는 기성세대가 불쌍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걸 보면서 많이 놀랐다"며 "그 친구들에게 위로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파파로티'에 출연한 이유를 전했다.
'파파로티'는 한때 촉망받는 성악가였으나 지금은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지방 예술고등학교의 음악 교사 상진(한석규)과 비록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파파로티를 꿈꾸는 성악 천재 고등학생 장호(이제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석규는 제자 장호를 성악가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연기 잘하는 한석규와 떠오르는 스타 이제훈의 호흡이 영화를 매끄럽게 만들어줬다. 연기 잘한다는 평을 듣는 후배를 바라본 선배의 느낌은 어땠을까.
"제훈이는 진솔한 면이 보기 좋았어요. 연기에서 테크닉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경력은 늘어요. 연기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와 진솔함은 연기를 보면,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읽히거든요? 그게 중요하죠. 관객들과 소통하는 힘인데 제훈이는 그 힘이 좋아요. '파수꾼'에서 처음 봤고, '고지전'과 '건축학개론'으로 이어지면서 '참 좋구나!' 생각했죠."
칭찬만 하지는 않았다. 이제훈이 5~10년 후에 더욱 더 굉장한 배우가 될 것 같다고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고 하자 "그건 모르겠다"며 "어떤 이유로 잘못될 수도 있다"고 미리 짐작하지는 않았다.
'파파로티'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돋보인다. 영화 '완득이'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한석규는 "따지고 보면 '8월의 크리스마스'도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의 뻔한 이야기였다"며 "같은 소재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파파로티'는 나와 제훈, (오)달수, (조)진웅이의 앙상블이 잘 갖춰졌고 즐겁게 촬영한 영화다. 스스로 말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진심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내 연기 흡족한 적 없어…내 기준은 좀 짠편
그에게도 멘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석규는 배우 김희라(66)의 아버지인 고 김승호(1918~1968)를 꼽았다. "'마부'라는 영화를 봤어요. 각 시대에는 그 연기 스타일이 있는데 그때 전혀 다른 스타일로, 다른 톤의 연기를 하셨어요. 근데 그게 지금 봐도 낯설지 않아요. 그렇게 하려고 엄청나게 고민을 하셨겠죠. '더 좋은 연기는 뭘까?'라고 고민하며 그 결과물을 보여준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관객들에게 더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뭔지 고민을 해요. 선배들을 뛰어넘으려고 하죠. 좋은 선배들이 있으면 그 선배들을 뛰어넘는 후배가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한석규는 성악가를 꿈꿨다. 개인 사정으로 그 꿈을 접고 성우가 됐다. 그런데 성우도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배우가 됐다. 이후 드라마 '아들과 딸'과 '서울의 달', 영화 '은행나무 침대' '넘버3' '쉬리' '음란서생' 등 다양한 작품으로 인사를 했다.
"솔직히 말해 내 연기가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어요. 지금 보면 다 마음에 안 들어요. '뿌리 깊은 나무'도 마음에 안 들죠. 배우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제 기준은 좀 짜요."(웃음)
한석규는 "현재 한국영화 관객층이 굉장히 넓어졌다"고 좋아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영화 관람을 많이 한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꿈꿨던 것"이라며 "배우들 스스로도 영화 관람층을 높이고 싶어 했는데 그게 이뤄져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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