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정정미소 운영 노영호 옹
"경로당에 내가 찧은 쌀을 내 차로 싣고 나누어 주러 갈 때가 가장 즐겁고 힘이 펄펄 나지요."
낙동강 낙단보에서 차로 1㎞쯤 대구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낙정마을을 지나 옛날이야기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허름한 방앗간이 있다. 노영호(75) 어르신이 50년 넘게 운영하는 낙정정미소다.
정미소 안에는 벼를 찧는 쌀 방아와 고추를 빻고 떡을 할 수 있는 기계들이 있고, 방앗간 기계들 사이에는 몇십 년은 묵은 듯 거미줄이 이리저리 걸려 있어 한눈에도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어르신 언제부터 방앗간을 하셨나요?" "1962년 제대하자마자 했으니 반백 년이 넘었네요."
노 씨는 당시 아버지가 하는 방앗간 일을 며칠 돕다가 도시로 나가 취직을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힘들어 보이고 내가 없으면 새로 일꾼을 데려와야 하기에 하루 이틀 돕다가 이렇게 됐다고 했다.
어르신은 방앗간을 하면서 동생 여섯 명 모두 공부를 시켰는가 하면 자신의 아들 딸도 대학까지 보냈다.
"저희 아버지는 처음에 통통 방아를 수레에 싣고 마을마다 다니면서 방아 일을 했어요. 이곳에 정미소를 연 지는 아마 100여 년이 지났을 거예요. 함석으로 만든 문은 아버지 때부터 사용했으며 지금도 저 문만 보면 아버지가 생각나요."
그는 어릴 적부터 '이익만 보려고 하지 말고 먹고살 만하거든 남을 도와주면서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살았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면내 경로당에 적지만 1년에 40㎏짜리 쌀 5포대씩을 나누어 주고 있다.
그는 나이도 많은데 힘은 아직 장사다. 80㎏ 쌀 포대 정도는 번쩍 들어 차에 올려 실을 만큼 노익장을 자랑한다.
요즈음 정부미 도정을 안 하는 시골 방앗간은 전기세 등이 많이 들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멀리서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고 제사떡을 하러 오고, 고추도 빻아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내주는 정겨움이 있다.
그는 "아직은 아픈 데는 없는데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글'사진 안영선 시민기자 ay5423@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