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만들어 날리면 학교폭력도 날아가 버려"…대구 방패연 기능보유자 황의습 씨

입력 2013-03-21 11:31:07

전통연 보존·계승 재능나눔에 앞장…5월부터 초·중학교에 보급하기로

방패연 기능보유자 황의습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새로 제작한 방패연을 살펴보고 있다.
방패연 기능보유자 황의습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새로 제작한 방패연을 살펴보고 있다.

"학생들이 연을 만들어 날려보면 정서 함양은 물론 꿈도 심어 줄 수 있어요. 요즘 사회문제로 심각한 학교폭력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될거예요."

대구 침산교 아래 금호강변. 호랑나비 방패연 30여 개를 이은 줄연이 바람을 타고 하늘에서 춤추고 있었다. 얼레의 줄을 풀자 연은 뒤뚱뒤뚱 뒷걸음치며 멀리 물러섰고 얼레를 고정시켜 줄을 당기자 연은 하늘로 솟구치며 쏜살같이 날았다. 줄연을 구경하던 시민들도 여기저기서 환호를 했다. 대구에 사는 방패연 기능보유자 황의습(58) 씨. 30년간 방패연 제작만 고집한 황 씨는 열린장애인문화복지진흥회 주최 학생 연날리기 대회에 참석해 멋진 줄연 날리기 시연을 보였다. 그는 전통연 보존과 계승을 위해 각종 행사에 참여해 연 날리기 재능을 나누고 있다. 그는 올해 5월부터는 초'중학교를 방문해 전통연 보급에도 나설 계획이다. 학생들과 함께 직접 연을 만들고 연을 날려봄으로써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연을 날려보면 우리네 삶과 많이 닮아 있어요. 연이 꿈을 나타낸다면 실은 현실, 얼레는 실천을 의미해요. 얼레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줄과 연결된 연도 의도대로 춤을 추게 되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연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방패연 제작과 작품성 만큼은 우리나라 최고 기능보유자로 자부하고 있다. 그의 방패연 사랑은 필적할 만한 결과물도 많다. 충무공비연을 복원한 게 가장 큰 업적. 전투 신호용으로 사용된 충무공비연은 역사 문헌상에는 24가지만 전해오지만 고증을 통해 33가지를 모두 복원하고 체계화했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충무공비연 33개가 나란히 붙어 있어 충무공의 기상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는 또 띠를 상징하는 12지상 액막이연도 새로 개발했다. 액운을 쫓고 복을 맞이한다는 송액영복(送厄迎福) 연이다. 정월 대보름이나 해맞이 행사 때 주로 날린다.

"올해 대구 동구청이 마련한 해맞이 행사 때 액막이 줄연을 띄웠어요. 연줄에 매단 연만 무려 120개나 되고 연줄 길이가 2㎞에 이르죠. 연을 띄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연이 줄을 서서 하늘을 나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죠."

그는 방패연을 만들 때 5, 6년된 대나무 살대를 사용하고 대나무 마디 길이도 43㎝를 넘어야 한다. 살대에 실을 매는 방법도 정교하고 섬세하다. 얼레는 수작업으로 만드는 데 주로 팔각얼레다. 얼레는 21년간 말린 괴목을 사용해야 비틀어지지 않는다. 그가 제작한 방패연은 호랑나비연, 원앙연 등 다양하지만 연 머리에 태극문양을 새기는 게 특징이다.

"방패연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싸움연입니다. 꼬리가 없기 때문에 동작이 날렵하고 몸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는 지금껏 전통연 보급을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연 제작 체험학습은 물론 대덕문화전당, 대구박물관 등 연만들기 강좌에도 수없이 참여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연 무형문화재가 없다. 연 기능보유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전통문화 계승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외에도 그는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대구시지역협의회 회장을 17년간 맡아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또 남구 송현동에 보은의집을 만들어 출소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취업을 알선해주고 있고 국제가족한국총연합 대구경북지회장을 맡아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상담도 돕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