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 비중 늘어도 정시 수능시험만 집중…교육도시 대구 위상 흔들
지역의 한 4년제 대학 교수인 A씨는 최근 자녀가 입학한 대구 수성구 한 고교를 찾았다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 직업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기꺼이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나 학교 측은 '우린 정시모집에 집중하니 수능시험 공부만 잘 하면 된다'며 외면했다는 것. 그는 지역 고교들이 입시 대비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말을 듣긴 했으나 막상 겪고 보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요즘 대입에서 수시모집이 갈수록 확대되고 전형도 다양해져 각 고교가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도대체 이 학교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걸까요? 제 아이는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
대학 입시 제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으나 대구 고교와 시교육청의 입시 대비 태세는 제자리걸음이어서 '교육도시 대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관계기사 3면
다른 지역들은 대학 수시모집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에 재빠르게 발맞추고 있지만 '교육도시'를 자처하는 대구는 여전히 정시모집 위주의 옛 진학 지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 고교는 물론 시교육청마저 대입 관련 정보를 집중 수집'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부족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대 입시 결과만 봐도 대구 고교들과 시교육청이 얼마나 진학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1, 2012학년도 서울대 수시 비율이 60% 선에 이르고 2013학년도에는 79.9%로 더 늘었지만 대구 출신 합격자들의 수시 합격 비율은 6개 광역시와 서울 등 7개 대도시 가운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서상기 국회의원실이 제공한 '7개 대도시의 2011~2013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분포'에 따르면 대구 출신 서울대 합격자 수는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시 합격자 비율. 대구는 2011학년도에 꼴찌에 머물렀고, 2012학년도와 2013학년도에도 6위에 그쳤다. 갈수록 수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대 전체 합격자 수가 2011, 2012학년도에 3위에서 2013학년도에 4위로 떨어진 것도 당연지사다.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도 대구 고교와 시교육청이 복잡하고 다양해진 대입 제도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자녀를 서울 상위권 대학에 보낸 B씨는 "고교를 통해서는 그 대학에 진학할 방법이 얼마나 다양하고 내 아이에게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알기 어려워 서울의 입시 컨설팅 업체들을 찾아다녀야 했다"며 "시교육청은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이 같은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고교 교사인 C씨는 "학교가 힘들다는 이유로 변화를 외면하면 시교육청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 모두 손을 놓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구 진학 실적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