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개통을 목표로 하는 도시철도 3호선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구간을 통행하는 많은 시민이 다소간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 원활한 교통 환경을 위해 이런 불편함은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보는 일반 시민의 눈에는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나는 복잡한 도시의 도로는 마치 미완성의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특히 낡은 건물이 즐비한 좁은 도로를 지날 때는 거대한 모노레일의 기세에 눌리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또 야간 통행 시에는 산만한 주변 조명과 고르지 못한 가로등, 큰 높이의 교각이 시야를 혼란하게 하여 운전대를 잡은 손이 경직되기도 한다. 그나마 도로 폭이 넓은 구간은 사정이 좀 덜하다고는 하지만 도시 미관의 문제는 다를 바가 없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들과 관계기관에서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보고 신중히 고민한 정책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복잡한 도심을 관통하는 교통수단으로 모노레일이 적합한가라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가고 시간이 오래 소요되어도 미래의 교통수단은 결국 지하로 내려가야 마땅하다. 도시 환경의 중요성과 녹지공간의 필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오늘날,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지상에 설치하는 교통수단이 달갑지 않은 것이 한 시민으로서의 입장이다.
그나마 이런 염려에 다행스러운 언론 보도가 있었다. 디자인 전문가들의 '교각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모노레일을 떠받치고 있는 525개의 교각에 예술을 입힌다고 한다. 또한 교각 디자인을 민간 자율에 맡겨 관 중심의 획일적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고유의 기능을 무시한 지나친 화장에만 집착한 나머지 과정만 떠들썩한 생색내기로 그치질 않길 바란다.
한때 대구를 이탈리아 밀라노 같은 패션 디자인 도시 수준으로 만든다고 했었다. 그 큰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해 너도나도 겁 없이 떠들어댔다. 그 결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 한 도시의 디자인 수준의 결과가 정치인들의 외침처럼 단기간에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 도시의 디자인을 유지하는 바탕에는 전문가들의 선도적 역할과 오랜 시간 축적된 시민들의 감각도 필요하다.
도시철도의 교각 디자인이 특정인들의 취향이나 보편적이지 못한 잔치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거대한 흉물이 아니라 시민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사랑받는 대구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 또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반영되고 도시철도 주변 환경도 같이 변화할 수 있는 종합적인 도시 디자인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대구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기를 바란다.
김윤종<화가 gilimi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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