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맛보는 다양한 경험, 책으로 엮어요"

입력 2013-03-19 15:33:05

포산고 학생들이 쓴 책 중 일부.
포산고 학생들이 쓴 책 중 일부.
대구 포산고 학생들이 자신들이 쓴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세연, 황성보, 전규혁, 김정은, 허수호, 김현지 학생. 뒷줄 왼쪽부터 박혜리, 류소현, 박기동, 장윤희, 김영훈, 박정원, 류선희, 김신지, 문지원 학생.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포산고 학생들이 자신들이 쓴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세연, 황성보, 전규혁, 김정은, 허수호, 김현지 학생. 뒷줄 왼쪽부터 박혜리, 류소현, 박기동, 장윤희, 김영훈, 박정원, 류선희, 김신지, 문지원 학생.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건고 학생들이 펴낸 책자들.
대건고 학생들이 펴낸 책자들.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보고서와 소감문, 논문 등을 책으로 엮어낸 대구 대건고 학생들 모습.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승완 손승환 강승 정호원 군. 채정민기자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보고서와 소감문, 논문 등을 책으로 엮어낸 대구 대건고 학생들 모습.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승완 손승환 강승 정호원 군. 채정민기자

요즘 대학 입시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각 대학은 여러 가지 전형으로 우수한 새내기를 뽑기 위해 애쓴다. 지원한 학생뿐 아니라 그 학생의 출신 고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등도 꼼꼼히 뜯어본다. 이에 따라 입시 제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고교들을 중심으로 '연구'교육'(R&E), 정기적인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다양한 활동을 책으로 엮어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프로그램들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얻었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성장에도 중요하지만 입시 때 대학 측에 보여주기에도 좋은 재료이기 때문. 지역에선 이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포산고와 대건고의 사례를 거울로 삼을 만하다.

◆창의체험 활동 성과물 14권, 새로운 꿈·진로 개척했어요…포산고

포산고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책쓰기 활동과 성공적으로 연계한 대표적인 학교다. 문'이과의 R&E 동아리, 문학'영화 비평 동아리, 시사 연구 동아리, 봉사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의 성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다. 저마다의 동아리가 학생들의 진로와 관련된 것이고 보면, 그 활동의 결과로 탄생한 책들은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포산고는 지난 한 해 진학'진로 탐색 소논문쓰기와 포산고-디지스트의 R&E 연구 결과를 묶은 논문집 '포산논고'(苞山論考)를 비롯한 14권의 창의적 체험활동 결과물을 이달 초 펴냈다.

포산논고에 폐유지 원료를 대체에너지로 바꾸는 실험결과를 실은 3학년 김영훈 군. 김 군은 "작년 4월부터 디지스트 교수님들과 함께 디지스트와 포산고 과학실을 오가며 실험을 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 실험을 거듭하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화공학자의 꿈을 더욱 굳혔다"고 뿌듯해했다. 포산논고에 대한민국 영토 오류 관련 논문을 쓴 3학년 김현지 양은 "논문을 쓰기 위해 국회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자료를 검색하면서 좋아하던 역사공부와 더 친하게 됐다" 말했다.

포산고 책쓰기 동아리가 써 낸 '드림(Dream), 꿈꾸는 아이들의 네 번째 夢'은 우수 학생 저작물로 선정돼 시교육청으로부터 정식 출간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문집은 포산고 선후배 간의 멘토'멘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와 관심 분야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을 소설, 수필, 주제 보고서 등 여러 종류의 글로 엮은 것이다.

책쓰기 동아리 부장인 3학년 류선희 양은 "소설가가 꿈인 아이는 소설의 형식으로, 건축가가 꿈인 아이는 건축물에 대한 조사 형식으로 글을 써낸다. 동아리 회원들이 주말마다 기숙사에 모여 각자 자신의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면서 글을 썼다"며 "책쓰기 동아리를 하면서 앞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편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외에도 수학영재동아리 학생들이 수학을 탐구하여 쓴 '수학산출물 논문', 문학 및 예술 비평 심화학습의 일환으로 쓴 '포산문학비평'(苞山文學批評), '포산영화비평'(苞山映畵批評)과 모의 유엔 대비 동아리원들이 영문으로 작성한 '2012 KIMC POSAN', 경제경영관련 자유주제보고서인 '2012 Ethinomics', 교내 디베이트 동아리에서 팀별 토론 후 작성한 '갑론을박'(甲論乙駁), 역사동아리의 주제 연구 활동을 담은 '사방사방(史房史房) 2012년 이야기', 봉사동아리원들의 '아름다운 동행' 등이 있다.

3학년 류소현 양은 박완서의 나목 등 교과서에 등장하는 여러 작품에 대한 비평문을 썼다. 류 양은 "학기 초에 주제로 정한 작품을 반별로 연구해 발표하는데, 발표를 맡은 학생이 주로 비평을 쓴다"며 "시사토론 동아리 부장을 함께 맡고 있는데 이런 글쓰기가 깊이 생각하는 능력과 토론 능력을 길러주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호경 교장은 "이 책들은 지적 탐구면에서 매우 심도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결과물"이라며 "학생 개개인의 지적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고차원적인 문제해결력, 팀별 협동 연구, 봉사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책 쓰기를 더욱 권장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대구 곳곳 누비며 쓴 논문 지루했던 역사 공부도 척척…대건고

지난 한 해 대건고(교장 이두영)가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펴낸 책은 '지하철 1호선 타고 떠나는 대구 역사 여행', '대건청론(淸論)', '대건열전', '신(新)대구여지승람' 등 4가지다.

'지하철 1호선 타고 떠나는 대구 역사 여행'은 역사 학자나 교사, 박물관 큐레이터, 발굴 연구원 등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대건고 역사탐구반 학생들의 작품. 지난해 매월 두 차례 정도 대구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해 월곡역사공원, 달성공원, 불로동 고분군 등을 탐사한 뒤 쓴 보고서를 책으로 엮었다.

정호원(3학년) 군은 가장 기억에 남는 답사 장소로 집 주변인 진천동 선사유적공원을 손꼽았다. "집 주위에 이런 유적이 있는데도 여태껏 무심히 지나친 것이 부끄러워졌어요. 대신 그만큼 열심히 이곳을 연구했고 결과를 책에 담았습니다. 부모님께 이 책을 보여드리니 좋아하는 TV 드라마도 제쳐 두고 한참 들여다보시더라고요. 뿌듯했어요."

역사탐구반을 지도한 김정훈 교사는 학생들이 역사 공부를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할 방법을 고민하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장,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 곳곳을 돌아보며 역사 공부에 흥미를 갖고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키우게 됐죠. 올해는 대구읍성의 흔적을 찾아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대건청론'은 지난해 대건학술논문대회에 출품된 73편 중 수상작 20편을 수록한 책이다. 류승완(3학년) 군은 황정수 군과 함께 '시트르산을 이용한 발효 차 산화 조절 연구'라는 논문으로 자연과학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 책에도 논문을 실었다.

류 군은 논문을 준비하면서 진로가 더 구체화됐다고 했다. "앞으로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굳어졌어요. 논문을 쓰고 발표를 하면서 연구원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조금이나마 익힌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경남의 하동녹차연구소를 찾아다니며 연구설비를 빌려 실험하는 등 시간을 많이 투자한 게 아깝지 않아요."

'대건열전'은 지난해 인문계열 1, 2학년 전교생이 참여한 가족구술사 프로그램의 결과물. 진정한 인성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가족과 대화를 나누면서 지역의 역사 흐름 속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적었다.

저자 중 한 명인 손승환(2학년) 군은 할아버지,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추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인생 속에 대구의 옛 모습이 녹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뚝뚝하신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기분 좋았고요."

지난해 대건고 1, 2학년 학생 30명은 자신들의 아버지와 함께 주말을 이용해 '부자동행 대구시 경계 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대구의 경계 지역을 걸으며 대구의 문화와 역사, 지리, 생태 등을 배우고 부자 간 정을 돈독히 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 '신대구여지승람'은 프로그램 참가 후 학생들이 쓴 보고서뿐 아니라 아버지들의 소감문도 담은 책이다.

강승(2학년) 군은 지난여름 진행했던 환성산 산행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더위에 시달리며 산행을 하다 계곡을 발견했어요. 다들 옷을 훌훌 벗어 던진 뒤 물에 뛰어들어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물론 교실에서 듣던 대구에 대한 지식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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