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대구시는 늘 숟가락 늦게 얹는다"

입력 2013-03-19 07:29:45

최근 대구시가 대전시와 함께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항공전자IT융합 산업벨트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고 이에 대한 토론회도 가졌다.

대구시는 지역의 강점인 IT산업 역량과 대전시의 R&D 인프라, 경남의 생산 기반을 연계해 '초광역권 항공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구시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아직 국내에서 블루오션에 꼽히는 항공산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대구시민으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대구시의 추진 과정이 개운치만은 않다. 항공산업은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눈독을 들이는 분야인데다 현재 구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도 적잖다.

경상남도만 해도 경남 사천과 진주 일원에 항공산업국가산업단지(항공산단)를 지정해 항공산업클러스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이번 사업에 경남도를 끌어들일 생각이었지만 이와 관련해 경남도와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는 대구시의 항공산업 가세가 항공산단 추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내심 불안해하면서 대구시의 사업 추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또한 오래전부터 미국 보잉사와 협력해 영천에 항공전자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대구시의 사업 추진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구시는 늘 밥숟가락을 늦게 얹는다"고 지적한다. 항공산업뿐 아니라 대구시의 국책사업들을 보면 다른 지자체가 먼저 기획한 사업에 대해 뒤늦게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돈'이 되겠다 싶은 분야가 있으면 체계적인 준비와 기획 없이 추진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되자 다른 지자체들은 대구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는 대구경북의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 등이 발 벗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유치과정을 보면 충북 오송과 강원 원주가 사전에 준비하던 것을 대구시와 경북도가 뒤늦게 뛰어든 것이라 뒷맛이 그리 깔끔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대구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획력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새길 필요가 있다. 참신한 기획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사업 추진에도 주도권을 잡아야 지역 경제에도 최대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대구시가 추진하는 물산업클러스터가 좋은 예다. 이 사업은 3년 전부터 대구시와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 대구경북연구원이 TF팀을 구성해 스터디를 하면서 이뤄낸 사업으로 대통령 공약 사업의 지방 공약으로 채택돼 있다. 물산업을 집적화한다는 차원에서 이 사업은 전국에서 유일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는 데도 수월했고 물 관련 컨트롤타워를 대구가 선점, 대구가 '물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여러 음식점을 다니다 보면 메뉴가 수십 가지에 이르는 곳이 많다. 우리는 보통 이런 곳을 좋은 음식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하나의 메뉴라도 다른 곳과 차별화시켜 만드는 곳을 우리는 맛집이라 여긴다.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사석에서 "대구시는 안 하는 사업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한다. 대구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기획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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