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깨는 서민들 "7년까진 참으세요"

입력 2013-03-19 07:59:44

9개월간 177조원 계약액 해지…계약 담보 대출이 유리할 수도

경기 침체 여파로 보험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보험 계약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생명보험 해지가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았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해지 보험 계약액은 177조17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같은 기간의 해지 보험 계약액 157조532억원 보다 12.7%(19조9천644억원) 증가한 것이다. 해지(4~12월) 보험 계약액은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178조9천848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09년 174조9천756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10년 158조5천236억원으로 줄어들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급증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전체적으로 해지 계약이 늘고 있다. 나빠진 경제 상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 해지가 급증하면서 해지에 따른 손해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낸 돈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2억원의 보험료를 냈지만 환급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보험을 해지할 때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는 이유다. 보험 해지에 따른 손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사항을 정리했다.

◆저축성보험 7년 납입해야 환급금 원금 수준

보험 계약을 만기 이전에 해지하면 낸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납입한 보험료에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수당 등 각종 비용을 공제한 후 환급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장성보험은 계약 초기 해지를 하면 환급금이 거의 없다. 저축성보험도 가입 조건, 적용 이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환급금이 원금 수준에 도달하려면 7년 정도 납부를 해야 한다.

◆갖고 있는 금융상품 전체를 봐라

경제 사정 악화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울 때 계약 해지에 앞서 보험뿐 아니라 예금, 유가증권 등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상품별로 해지에 따른 불이익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종류와 내용 등을 하나하나 확인한 뒤 보험계약 대신 다른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도 인출, 보험 계약 대출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우선 가입한 보험이 중도 인출 기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중도 인출 기능이 있으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일정 부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도 인출 기능을 이용하면 자금 사정이 좋아졌을 인출한 금액만큼 추가 납입하면 기존과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도 인출은 해지 환급금의 50% 이내에서 할 수 있다. 중도 인출 금액에 대해서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대신 수수료를 내야 한다.

보험 계약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도 보험을 해지 않고 목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회사별'상품별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해지 환급금의 80~9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신청 절차도 간편하다. 보험회사를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전화'모바일 등으로 본인 확인만 되면 대출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중도 인출과 달리 대출금에 대해 이자가 붙고 대출금과 이자 상환이 연체된 경우 보험금 지급 때 연체된 금액을 제한다. 따라서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의 대출 조건과 비교하고 나서 보험 계약 대출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동대출 납부

일시적으로 보험료 납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자동대출 납부를 활용하면 된다. 자동대출 납부는 보험 계약을 담보로 대출된 돈이 보험료로 납부되는 제도로, 한 번에 최고 1년까지 신청할 수 있으며 1년이 지나면 재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자동대출 납부를 장기간 이용하면 보험료 적립금이 줄어들어 계약이 효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용 가능 기간을 체크해야 한다.

◆계약 변경

일반적으로 보험은 장기 계약이다. 따라서 계약자의 경제적 사정 등이 바뀌었을 경우 해지하지 않고 보험 계약 내용을 변경해 보험료 부담을 더는 방법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 가입금 감액과 보험 종목 변경이다. 보험 가입금 감액은 보장 금액을 줄이는 대신 낼 보험료를 낮추는 제도다. 특히 감액 완납을 선택하면 계약은 유지하면서 앞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감액 완납은 보험료를 더는 납부하지 않는 대신 보장 금액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종신보험의 경우 일정 기간만 보장하는 정기 보험으로 보험 종목을 바꾸면 보험료 납부 없이 계약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보험 종목 변경 가능 여부는 회사별'상품별로 다르다. 특히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계약으로 갈아타는 것은 보험 종목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경우 기존 계약은 중도 해지로 처리되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선지급금 서비스

종신보험의 경우 의사가 계약자의 '생존기간이 12개월 이내'라고 판단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아 환자의 치료나 간병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병원비 등이 부담스러워 해지를 고려하는 경우 보유 중인 보험상품에 선지급 서비스 특약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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