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 임대료 못내…대구시, 계약해지 수순
전국 최초의 도심 영어거리를 내세우며 지난해 4월 문을 연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영어거리. 전체 39개 블록 가운데 원어민을 통해 각종 상황을 영어로 소개할 있는 주요 시설이라곤 편의점, 커피숍 등 겨우 9개 블록 정도다. 나머지 30개는 텅텅 비어 있다. 게다가 고작 9개 블록을 둘러보는데 1만5천원 안팎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 운영 방식으로, 현재 영어거리 방문객은 1주일 평균 20~30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거리 문 닫나
범어네거리 지하 영어거리는 대구시가 민간에 3년 임대한 시설이다. 민간 업체가 수익 시설로 운영하는 대신 대구시에 임대료 및 관리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운영 적자에 허덕이는 민간 업체는 지난 1년간 2억여원의 임대료 및 관리비를 체납했고, 수차례 독촉 끝에 대구시는 업체와의 계약 해지 수순에 들어갔다.
대구시가 이달 14일을 최종 마감 시한으로 통보했지만 업체 측이 거부함에 따라 새 사업자 공모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업체 측은 대구시가 민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영어거리 내부 인테리어 및 수도관 공사 등에 수십억원을 투자했지만 영어거리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대구시가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임대료'관리비 독촉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업체 측은 "돈을 안 내는 게 아니라 못 내는 것"이라며 대구시에 지금까지 투자한 내부 인테리어를 기부채납하고 민간에서 무상 사용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대구시는 불가(不可)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어거리 운영은 장기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제 철거를 둘러싼 대구시와 임대 업체와의 법적 분쟁(명도 소송)이 불을 보듯 뻔하다. 설사 대구시가 승소한다 하더라도 새 사업자 공모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리고, 낮은 수익성을 감안할 때 새 사업자 선정도 장담할 수 없다.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영어거리가 들어서 있는 범어네거리 지하 공간(2천256㎡)은 주변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자가 48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0년 2월 준공하고, 대구시에 무상 기증한 것이다.
이재녕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무상으로 기증받은 범어네거리 지하 공간에 임대료'관리비를 받는 시설을 들이고 시민들의 돈으로 수익을 거두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출발이었다"며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들을 위한 공공 개발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영어거리를 유지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며 "새 사업자 선정에 실패할 경우 광범위한 개발 방향을 다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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