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000원짜리 배추 800원이 유통비

입력 2013-03-18 10:19:23

새 정부 이유있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새 정부가 국정 최우선과제의 하나로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시스템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농협 하나로클럽을 찾아 농산물 유통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통구조를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비효율적이고 왜곡된 농축산물 유통 구조 문제는 이전 정권들도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였던 만큼 새 정부가 내놓을 정책이 얼마나 실효적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시장 농축산물 가격 43%는 유통비

17일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유통산업 구조개선을 통한 물가안정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 유통비용은 평균 소비자가의 43.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협력단은 소비자 지불가격을 100으로 놓았을 때 농가가 가져가는 비용은 이 가운데 56.6, 출하단계 유통비용이 11.8, 도매단계 비용 9.6, 소매단계 비용 22.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유통과정에서 많은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비 비중이 매우 높다"며 "축산물의 유통 단계는 4, 5단계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우는 평균 20.5%, 육우 17.2%, 돼지고기 30.2%, 닭고기 52.8% 등 상이한 마진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선식품의 물류비용은 마트 판매가의 10∼20% 안팎이다. 단순히 비교하면 전통시장에서 농수산물 소매가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형마트에 비해 많게는 4배에 달하는 셈이다.

다만 대형마트는 유통비 자체는 크지 않지만 전체 가격 가운데 농축산물의 손상이나 시세 변동 등에 따른 손실비용이 10∼20% 포함됐고, 별도의 판매 관리비도 15∼20% 책정해 관리비가 소매가의 40%에 육박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43%에 달하는 전통시장의 농산물 유통 비용이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과 비교해 반드시 높다고 할 수는 없다"며 "전통시장 점포의 영세성, 품목별 가격변동 특성 등을 고려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축산물 어떻게 유통되나

농축산물은 보통 5단계를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산지 유통인→도매시장→중간도매상→소매상 등 5단계로 이뤄진다. 축산물도 생산자→수집 반출상(우시장'농협)→도축장→도매상→소매상 등 5단계를 거친다.

이처럼 유통 단계가 많다 보니 가격에 거품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1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농축산물 소비자 가격의 41.8%가 유통비용이었다. 유통비용 비중은 최근 10년간 40∼45%를 꾸준히 오갔다.

결국 소비자 가격 중 농가가 손에 쥐는 돈은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농축산물의 평균 유통비용을 단계별로 보면 출하단계 10%, 도매단계 8.6%, 소매단계 23.2%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무'배추'상추 등 엽근채류는 유통비용이 69.7%로 가장 높았다. 특히 배추와 무의 유통비용은 엄청나다.

가을무와 가을배추의 유통비용은 각각 80%, 77.1%에 달한다. 무와 배추를 1천원에 판매할 경우 농가에는 겨우 200원, 229원만 돌아가는 셈이다.

이 밖에도 소매가에서 차지하는 유통비용 비중은 당근 66.6%, 고구마 58.8%, 봄감자 67.5%, 양파 71.9%, 대파 50.8%, 사과 43.2%, 배 47.4%, 감귤 56.1%, 단감 48.1%, 쇠고기 42.2%, 돼지고기 38.9%, 닭고기 52.1% 등으로 나타났다.

작황이 부진해 값이 올랐거나 부피가 크고 저장성이 떨어지는 제품일수록 유통비용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농민 등 생산자단체가 대형유통업체와 직거래할 경우 유통비용은 48.2%로 도매시장을 경유할 때보다 6.6% 포인트 낮아져 소비자도 그만큼 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농가가 얻는 소득은 12.9% 더 많아진다.

◆농가 직거래 여의치 않아

유통비용 가운데 운송비, 포장재비, 선별비, 영업경비 등은 유류비'인건비 인상, 포장의 소량'고급화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중간업자들이 취하는 이윤은 소비자의 알뜰 비교구매 추세와 유통업체의 세일행사 증가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우 대부분 국내산 신선식품에 대해서는 직매입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영세한 전통시장이나 중소 슈퍼마켓의 경우 그러한 여력이 없어 기존의 유통구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산지 직거래는 언감생심으로, 도매시장 경매에 참여하거나 중간 도매상에 제품을 납품을 받는 쪽이 효율적이다.

농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세하거나 노령한 농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직접 도매시장이나 소매상과 거래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농산물은 그해의 작황이나 날씨 여하에 따라 가격과 수급이 불안정하다. 대부분 영세한 농가 입장에서는 직접 소매상에 공급하는 것보다 산지 유통인에 선금을 받고 유통을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장흥섭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5년, 10년 후를 바라보고 유통 경로와 구조를 전면 다시 조사해 품목별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물가 잡자고 말만 앞세워우면 또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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