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이 터지려는 것을 시샘하듯이 꽃샘추위가 반짝 기승을 부렸다. 강원도에는 눈까지 내렸다고 한다. 건조한 날씨 탓에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해 소중한 자연이 잿더미로 변했는데 눈과 비가 내려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해 주는 것 같아 기쁘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미뤘던 치과 치료나 검진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특히 장애아동들이 치료를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나도 장애아동의 부모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다양한 연령의 장애아동을 치료하다 보면 문득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치료를 하면서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보는 듯하다. 최근에 발달 장애를 가진 어린아이를 치료한 적이 있었는데 같이 온 엄마 아빠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 치과 치료가 처음인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치료할 때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설명하고 나서 치료를 마치고 아빠의 얼굴을 보니 땀이 흥건하다. 이전에 아이들이 어릴 적에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으러 가면 어쩔 줄 몰라서 진땀을 흘린 적이 있었는데,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고 처음에는 당황하여도 차차 익숙해진다고 조언을 하고 다음부터는 서로 의논해서 보호자 한 명만 오면 된다고 하니 좋아라 한다.
한 번은 지적장애를 가진 50대 초반의 여성을 치료한 적이 있었는데 정확한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았다. 며칠 후 보호자인 할머니가 왔는데 내게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장애가 있어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니 잘 봐달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 막내가 나이가 들어 비슷한 나이가 되면 나도 호호 할아버지가 돼 같이 병원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리고 치료를 했지만 계속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애정은 끝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장애를 가진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아마도 먼 훗날 내 미래 모습이 아닐까? 먼 훗날 현재 내 나이쯤 되는 아들, 딸을 데리고 병원에 치료하러 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았다.
논어에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고 했다. 치과의사'보호자'장애환자가 치료 때문에 만나도 반드시 스승이 있는 것 같다. 누가 스승이 될지는 모르지만 치료를 하다가 과거의 내 모습이 보이면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고, 미래의 내 모습이 보이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봐야겠다.
장성용 민들레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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