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정치 이슈] 서울 노원병 보선

입력 2013-03-16 07:30:57

"安에 양보할까" "후보는 내야지" 고민 빠진 민주당

대한민국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이 궁지에 몰렸다.

아직까지 4'24 재'보궐선거 서울시 노원구 병 선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라면 기본적으로 선거에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

그런데 60년 전통의 민주당이 정당 활동의 기본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한나라당)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했던 야권 연대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민주당을 고민에 빠뜨린 주인공은 바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다. 안 전 교수는 이달 13일 노원 병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앞서 안 전 교수는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모두 중도에 후보직을 사퇴하며 민주당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으로선 반드시 갚아야 할 정치적 빚을 진 것이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노원 병 공천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먼저 공천을 해야 한다는 진영에서는 '급할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만 앞으로 정국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이동섭 민주당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그 역시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표밭을 누비고 있다. 이 지역위원장은 "철새 정치인 안철수 전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속히 노원병 후보를 공천해 안철수 전 교수와 정정당당하게 맞서게 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의사를 밝힌 이용섭 의원 역시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노원병에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며 "국회의원 한 석이나 야권연대에 연연해서 원칙과 정도를 버리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명분을 찾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우리는 우리대로 후보를 낸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공천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현실론'을 내세우고 있다. 안 전 교수를 상대할 만한 후보를 찾아내기도 어려운 데다 그동안 두 차례나 통 큰 양보를 했던 안 전 교수를 배려하지 않으면 정치적 도의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두 번이나 사실상 민주당 손을 들어준 인사의 등에 칼을 꽂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모양새를 잘 갖춰서 민주당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양보하는 것이 정치적 순리"라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은 여론조사 등 경합을 통해 안 전 교수를 제치고 단일후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인사를 내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경우 4'24 재'보궐선거 이후 펼쳐질 야권의 구도개편 과정을 감안해 안 전 교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야권이 분열할 경우 새누리당에 국회의원 한 석을 헌납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무공천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자존심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을 밟는 것이 어떠냐는 중재안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고 민주당 후보와 안 전 교수가 단일화 과정을 거쳐 최종후보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민주당이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안 전 교수가 단일화협상에 응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천공방은 당내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힘 대결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앙금이 남은 주류 측은 안 전 교수의 등장을 경계하고 있지만 비주류 측은 안 전 교수를 '연대의 대상'으로 보며 양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편, 이달 1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전 교수가 이 지역에서 38.7%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이동섭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17.7%,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15.3%,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16.9%를 기록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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