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는 노후 그 고독을 어찌… '友테크' 하게나
"여보게 젊은이, 젊은이는 나처럼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하게. 나는 고집이 세고 내 주장이 강해 다른 사람의 조그만 허물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네. 친구에게도 마찬가지였지. 오히려 편하다는 이유로 더 쉽게 대했다네.
친구가 실수라도 하면 지적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꼭 한마디 해주고 넘어갔지.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일일이 따졌지. 그랬더니 모임에 내가 나간다고 하면 아예 안 나오는 이들도 있었다네. 심지어 나를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만나기도 하더군. 참으로 치사해서 나도 뻗댔지. 너희들 아니면 만날 사람 없는 줄 아느냐며.
세월이 흘러 동창들의 연락은 점점 뜸해지고 그러는 사이 연락처도 바뀌고 먼저 떠나고…. 요즘은 참 외롭다네. 마누라의 잔소리는 늘어만 가고 이럴 때 부담 없이 웃으며 얘기할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네. 자식에게 아내에게 못하는 이야기를 속 시원히 하고 싶은데 아무도 없어. 내 투정을 받아 줄 수 있는 친구가 아주 절실한데 말이야.
젊은이! 미리 미리 친구를 만들게. 그리고 아낌없이 베풀게. 친구 없는 노후는 앙꼬 빠진 찐빵처럼 퍽퍽하고 자주 목이 멘다네." (70대 할아버지의 독백)
◆각종 통계는 말한다
영국 노팅엄 대학에서 1천700여 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친구 수와 행복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친구가 5명 이하인 사람들은 "지금 행복하다"는 응답이 40%에 불과했다. 친구 수가 6명이 넘자 행복을 느끼는 비율이 이보다 높았고, 10명에 이르러 '행복하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이 8년간 3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사회적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3.7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격이 다른 모임을 5개 이상 가진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통계는 친구가 많으면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믿고 의지할 친구 10명만 있다면 든든한 패를 쥐고 인생의 3막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友)테크를 하라
대기업 임원직에서 물러난 55세의 김태욱 씨. 그는 지금까지 바쁘다는 이유로 동창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초 은퇴를 하고 나서 동창 모임에 총무를 자청했을 만큼 열성적이다. 그는 " 퇴직하고 보니 직장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는 얄팍하고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일종의 배신감도 맛보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보니 거기에는 추억과 편안함과 따뜻함과 끈끈함이 모두 있었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덜고 친구를 더 많이 알기 위해 총무를 맡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위해 돈과 일 취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친구다. '우(友)테크'를 잘해야 하는 이유다. 우테크란 재(財)테크처럼 세상 끝까지 함께할 친구를 만들어 이를 확장하고 엮고 관리하는 일에 정성을 쏟으며 행복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우테크를 잘하려면 누군가 자신을 위해 따뜻한 마음과 손을 내밀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렸다'로 단정 짓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은퇴하면 뭐 먹고 살래'의 저자 유상오 씨는 은퇴자가 하지 말아야 할 '4척'을 말한다. '아는 척, 가진 척, 잘난 척, 있는 척'만 하지 않으면 인간관계에 기본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베풀기가 추가되면 금상첨화라고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조사(2010년)에 의하면 은퇴자들의 친구관계 만족도는 48%로, 비은퇴자의 73%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의외의 결과다.
곽호순 정신과 전문의는 "친구관계는 부부관계와 같이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아무리 격의 없는 사이가 된다 해도 지킬 것은 지키고 꾸준히 관심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렵다"고 설명한다.
나이를 먹으면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에 상처를 주기 쉽다. 그리고 상처를 받기도 쉽다. 사회관계가 축소되다 보니 상대방의 뒷담화나 옛날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어 신선함을 잃거나 지루해지는 것도 친구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인다.
교직에서 은퇴한 김모(66) 씨는 "어려운 일이 닥치면 친구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것 같지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이야기를 하면 소문만 무성해지고 오히려 자신의 약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친구라고 속내를 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친구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좋은 날, 슬픈 날 함께할 수 있는 든든한 동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것이 친구인 것 같다고 말한다.
봄날이다. 옷자락에 꽃향기 함께 나눌 친구가 그립다면 서둘러 불러내야 한다. 따지고 망설일 이유가 없다. 봄은 짧고 꽃은 쉬 진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imforce@naver.com
그림: 화가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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