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멈춰 선 학교… 신학기 자살 소식에 충격

입력 2013-03-15 11:02:23

혼란 교정 학업 분위기 안잡혀…교사 학부모 해결책 머리 맞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5) 군 사건과 관련, A군이 졸업한 경산의 한 중학교와 최근 입학했던 청도의 한 고교는 극심한 혼돈상태에 빠져들었다. A군이 이달 11일 숨진 이후 이들 학교는 연일 언론 보도에다 경찰 수사, 상급기관 감사 등으로 수시로 외부인이 출입하고 학생들이 동요하면서 재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A군이 다녔던 중학교 교사들은 "A군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학교폭력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죄책감으로 '죄인'이 된 심정"이라며 "A군이 유서를 통해 가해학생들을 지목하고 교내 폐쇄회로(CC)TV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데 대해 충격과 함께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혹시나 제자들이 받을 충격을 어떻게 하면 덜 받게 해 줄까 고민스럽다"고도 했다.

이날 학교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요즘 학교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고 했다. 이들은 매일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숨진 A군의 사연을 알고, 유서 내용은 물론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의 이름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한 학생은 "신학기가 되어 새롭게 마음먹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A군 사고가 발생한 이후 요즘 친구들끼리 주로 하는 이야기 주제가 이 사건이다. 이 때문에 공부도 잘 안 되고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오늘도 교장 선생님께서 'A군과 관련해 그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시고 학교 폭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셨지만, '잘나가는 친구'들에게 당할 보복이나 후환이 두려워 누가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보도자료를 내면서 신체의 일부를 적시하고 언론도 여과 없이 선정적이고 구체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 총회 차원에서 항의하거나 학교 출입을 자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다"고 했다.

한 학부모는 "물론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취재 보도가 있어야겠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취재와 무책임한 보도로 인해 재학생들과 교사들이 받을 상처도 헤아려 달라"고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보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A군이 진학한 청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들도 안타까움 속에 앞으로의 학생지도에 말문을 잃고 있었다.

이 고교는 사건이 터진 후 연일 학교폭력피해 설문조사와 교사 비상회의를 열고 학생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교사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가해자로 비치고 있다는 자괴감과 가해학생 수사, 앞으로의 학생 통제, 감사 등에 대해 막막한 심정을 내비쳤다.

한 교사는 "이제 막 입학해 장래의 희망이나 자긍심을 갖기도 전에 사건이 일어났다"며 "'교사는 학생의 부모인데 죽음으로 몰고 가게 했다'며 걸려온 항의전화에는 피가 바짝 마른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막상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모두 죄인처럼 생각하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하면서, "교사들이 그동안 뭘 했느냐는 식으로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도 좀 더 냉철하게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 기회에 내 자식들을 좀 더 관찰하고 문제가 있다면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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