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꾼 느낌 안 드는 황정민? 그래서 '반전' 캐스팅 밀고 가
강우석(53) 감독은 한국영화계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03년 '실미도'로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투캅스'로 1990년대 이미 흥행 감독이었고, '공공의 적' 시리즈도 그의 작품이다.
최근 작품들이 흥행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지만 '이끼'(2010)의 주인공 정재영은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글러브'(2011)는 강 감독도 스포츠휴먼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강 감독은 또 한 번 도전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전설의 주먹'. 왕년의 주먹들이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주먹 대결을 펼치는 '전설의 주먹'이라는 인기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가족애 등을 전하는 작품이다.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이요원 등이 출연했다.
다음 달 11일 개봉 예정인데 강 감독은 언론에 인터뷰 요청을 했다. 배우야 바쁘다는 핑계로 인터뷰를 앞당기기도 하지만, 감독이 영화도 보여주지 않고 인터뷰를 한다니 자신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강 감독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니 기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했다.
★해외호평 감독 부럽긴 해…나는 나의 길 갈 뿐
"'실미도'(2003)를 찍을 때도 섬 안에 들어가서 찍었고, 현장공개 한 번 안 했어요. 개봉 4주 전까지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죠. 예측되는 기사들만 나온 상황이었어요. 시사회를 하고 나니 다들 당황한 것 같았어요. 다음 날 일간지를 다 도배했죠.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강 감독은 "기분이 나쁘거나 덤덤하게 들어온 관객이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얻어 가면 좋겠다"며 "우리 영화가 '록키'처럼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게 아니다. 소통 혹은 힐링을 다뤘다. 나도 영화사를 어렵게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 '우리가 살만하다' 정도의 느낌을 나눴으면 하는 게 큰 바람"이라고 밝혔다.
첫 1천만 관객 동원 감독이니 또다시 꿈의 숫자를 넘고 싶진 않을까. 강 감독은 "'1천만 관객'으로 흥행하는 영화들을 보고 질투를 내거나 부러워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나도 다시 흥행해야지!'라는 생각도 없다. 다만 외국에서 사랑받는 김기덕, 박찬욱, 홍상수 감독이 부럽기는 하다"고 했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때 '나는 왜 저런데 출품할 영화를 못 만들지?'라며 부러워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과 다른 지점에 서 있는 거죠. '나만큼 흥행했거나 사랑받은 사람 있으면 나와 봐!'하면 아마 없을 거예요. 부럽기는 하지만 영화제에 내보낼 영화를 만들 인내력은 없는 것 같아요. 대신 다른 쪽으로 가고 있죠. 김기덕, 홍상수 감독에게 저와 같은 영화를 만들라고 하면 그들도 못 만들 걸요?"
강 감독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1천만 영화 열풍에 대한 생각도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는 "요즘은 기획만 잘해도 1천만 명을 모으는 것 같다"며 "관객 폭이 워낙 넓어지고 두터워진 것 같다. 예전에는 가뭄에 콩 나듯 한 50, 60대 관객들을 극장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매우 좋은 현상이다. 영화를 만들 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본이 활성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도 "하지만 관객의 욕구가 강해진 반면, 저질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충분한 준비가 안 됐는데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 캐스팅을 하고 빨리 진행하면 2006년의 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 밀리던 한국 영화는 점차 관객들의 인정을 받았다. 2005, 2006년이 정점이었다. 하지만 급하게 만든 영화들이 쏟아져 침체기를 맞기도 했다.
물론 과거와 현재가 다른 건 후배 감독들 중 인정받을 만한 인물이 많다는 거다. "요즘 잘 되는 영화들을 보면 장르별로 튀어나오잖아요. 풍성한 인적 자원들 때문에 과거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긴 하네요."(웃음)
강 감독은 20여 년을 연출자와 제작자로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전설의 주먹'까지 19번째 연출을 했다. 부담감보다는 관객반응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을 것 같다고 하니 "부담감이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진다"고 답했다.
"'잘 만들었나, 최선 다했나?'하는 생각에 부담감이 커요. 점점 못난 영화를 만들면 그만할 때가 된 거예요. 아직 그렇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비난이 고정화되면 안 되죠. 기본 이상 넘어야 한다는 것에 항상 절치부심해요. '창피당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번 19번째 연출…배우는 감독이 만지기 나름
주변의 반응이 고무적이라 좋다. 쉰 살을 넘긴 감독이 제목과 내용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젊은 제목'을 들고 돌아왔다고 다들 깜짝 놀란단다. 강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보라"며 "일흔 살인데 아직도 영화가 대단하다. 도전할 게 계속 있는 게 영화"라고 웃었다.
그는 아직 자신의 감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특히 황정민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주변에서는 황정민 캐스팅을 만류했다. "연기는 잘하지만 격투인의 느낌이 안 든다"는 지적이었다. 강 감독은 "그래서 캐스팅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렇게 안 보이는 배우가 나중에 격투인이 됐을 때 깜짝 놀랄 수 있는 거죠. 시작은 어색해도 영화가 끝났을 때 '와~ 죽인다!'라는 답이 나올 수 있거든요. 연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이끼' 때도 정재영을 미스 캐스팅이라고 했어요. 근데 잘못한 캐스팅이라면서 왜 남우주연상을 주겠어요?"
강 감독은 "'강우석 감독이 배우들은 참 잘 만지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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