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라디오 연속극 '기러기 아빠'는 이미자의 구슬픈 노래만큼이나 사뭇 애잔했다. 이는 신영균, 윤정희가 출연하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시절, 우연히 재회하게 된 연인과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물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기러기 아빠'는 의미가 좀 다르다. 조기 유학 열풍에서 생겨난 말이다. 어린 자녀의 해외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아내까지 해외로 보낸 후 외롭게 생활하는 아버지를 이른다. 혼자서 돈을 벌어 부치다가 한 해에 한두 번씩 가족이 있는 외국으로 날아가는 것이 철새인 기러기와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더구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자녀를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휴가나 명절에도 해외로 나갈 형편이 못 돼, 날지 못하는 새인 펭귄에 빗대어 '펭귄 아빠'라고 불린다니 씁쓸할 따름이다.
아들딸을 좀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것이 가족해체와 맞바꿀 수 있을 만큼 값진 것일까. 10년째 기러기 아빠로 지내던 대구의 50대 치과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기 유학의 부작용과 기러기 아빠의 아픔이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작가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가없는 사랑을 그렸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자신의 눈(각막)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하는 숭고한 부정(父情) 스토리이다.
소설의 제목이 암시하듯 실제 가시고기 수컷의 삶이 그렇다고 한다. 암컷이 낳은 알을 돌보느라 보름 동안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한 채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며, 마침내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까지 먹이로 주고는 죽어간다는 것이다.
기러기 아빠의 고단한 삶은 가시고기의 애틋한 생애 못잖은 사회적인 통점(痛點)이다. 가족이란 적어도 일정 기간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기러기 가족은 오랜 외국 생활에 따른 문화적인 이질감 때문에 아버지와 자식 간에 벽이 생기고, 부부 관계가 소홀해져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과 아내의 따뜻한 미소에 피로를 씻고 살아가는게 평범한 아빠들의 일상이다. 정신적 외로움과 경제적 중압감 속에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에게는 그저 기약 없는 그리움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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