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조직위원회가 새 이사장 취임과 일부 이사진 교체에 이어, 집행위원장에 이유리 청강문화대학 교수를 선임했다. 이유리 집행위원장은 연극배우 출신의 연출가로 지난 5년 동안 DIMF 집행위원을 지냈다. 새 집행위원장이 3개월 앞으로 다가선 올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는 물론, DIMF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한 인사임은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조직위가 대구가 아닌, 외부 인사를 선택한 데에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집행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도 말이 많았다. 지역의 몇몇 인사가 거론되면서 온갖 잡음이 흘러나왔다는 후문이다. 수십 년 동안 대구의 연극, 또는 뮤지컬이라는 좁은 장르에서 부대끼다 보니 당연히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조직위가 외부 인사 영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공모를 할 때마다 시끄러웠던 전례에 비춰보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대구 문화예술계가 발전하려면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초점을 맞춰 반성할 필요가 있다. 대구에는 자치단체가 모든 사업비를 지원해 공기관 성격이 강하지만, 문화예술 전문가를 영입하는 중요 직책 몇 곳이 있다. 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사무처장, 국제오페라축제와 국제뮤지컬축제 조직위원회의 위원장과 집행위원장, 문화예술회관장, 오페라하우스관장, 시립미술관장 등이며, 시립예술단의 지휘자와 예술감독도 있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이나 아트센터 대표도 공모를 통해 영입하지만, 대외 영향력이 크지 않은데다 기초자치단체의 부속 역할이 강하다.
길게는 수십 년, 짧게는 몇 년 동안 대구 문화예술계의 많은 관심은 이 자리를 누가 맡느냐에 쏠렸다. 시립예술단 지휘자, 감독직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이 관심은 1990년대 중반, 문화예술회관장을 처음 공모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오페라하우스와 시립미술관이 설립되고, 국제 축제를 개최하는 오페라와 뮤지컬 사단법인이 생기면서 그동안 지역에서 노력한 이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늘었다.
마땅히 반가운 일이지만, 드러난 것은 독(毒)이었다. 공모 때마다 잡음과 투서, 음해가 난무했다. 그 결과 몇 년 전,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오페라하우스 관장 공모 때는 잡음이 너무 많아 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했음에도, 임명권자인 대구시장이 무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어 대구와는 연고가 전혀 없는, 있더라도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는 이바지한 바가 거의 없는 인사가 그 자리를 맡았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다. 모셔온 외부 인사가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냈는가 하는 것이다.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오페라하우스, 문예회관, 대구문화재단의 사례를 보면 그분들이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는 평가는 별로 없다. 대부분 2, 3년 자리를 지키고는 대구를 떠났다. 이는 지역 인사든, 외부 인사든 가릴 것 없이 대구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기여도에서는 두드러진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뒤집어보면, 외부 인사 영입은 오로지 지역의 갈등과 반목 때문이며, 잡음을 꺼리는 임명권자의 마음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이다.
글로벌 시대와는 맞지 않는 지역주의로 비치더라도, 이들 자리는 지역 인사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리가 날 때마다 '내가 아니면 대구에서는 누구도 안 된다'라는 몰상식이 판을 치는 대구 문화예술계의 현재 풍토는 분명히 심각하다. 어떤 불만과 불평을 하기에 앞서 먼저 자성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동안 꿋꿋하게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성과와 열악한 형편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 지역 인사의 활용은 인재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지역 문화예술계를 짊어질 젊은 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열거한 여러 자리의 최종 임명권을 가진 대구시장이나 조직위원회 이사장께 부탁한다. 지역 인사에 대한 평가는 너그러워야 한다. 누구에게나 비난받을 결정적인 잘못이 없다면, 눈높이를 조금 낮춰야 한다. 이들 자리가 대구 문화예술 발전을 선도하는 중요한 직책이긴 하지만, 다소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따르더라도, 과(過)보다는 오랫동안 대구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한 공(功)을 앞세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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