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선수 이름, 가명 달아 공직자 아닌 듯 신분 위장
관내 단체 관계자 등과 주말에 골프를 친 대구 한 경찰서장을 경찰이 전격 대기발령한 것은 청와대 등의 공직사회 기강 잡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식 비상령이 떨어지지 않은 주말에 골프를 쳤고, 자치구 통합방위협의회 당연직 회원 자격으로 처음 라운딩을 한 것을 감안하면 신속한 대기발령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란 것. 그러나 경찰은 북한의 대남 위협으로 안보위기 상황이 높아진 상황에서 경찰서장이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 라운딩을 한 점에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군 장성 골프→대통령 경고 메시지→공직사회 기강 잡기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가 지나치게 신속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가 골프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그동안 골프 때문에 낙마(落馬)한 공직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국가 안보위기 상황이나 3'1절 등 부적절한 시기에 골프를 쳤다가 된서리를 맞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골프가 점차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공직사회의 골프 인구도 급증한 것이 사실. 하지만 아직도 공직자의 골프장 출입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기 때문에 자기 이름을 골프가방에 용감하게 붙이고 다니는 공직자들은 흔하지 않다. 직급의 높낮이를 떠나 자신의 이름이 골프장에서 불리는 것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 고위 공직자들은 골프가방에 자신의 이름표를 달지 않고 가명이나 '타이거 우즈' 등 골프 선수의 이름표를 다는 경우도 있다. 일부 공직자들은 지역 골프장에서 라운딩할 경우 얼굴을 아는 사람을 만날 것을 우려해 경남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공직사회 골프 금지령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처음으로 내려진 바 있다. 대통령이 골프를 잘 못 친 이유도 있지만 골프를 즐겼던 과거 군 출신 대통령들과 차별화하자고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골프가 사치스러운 운동으로 여겨졌던 만큼 대통령 스스로 '깨끗한 정치'를 공직사회에도 실현시키고자 했다는 것.
그 이후 지금까지도 공무원들의 기강을 잡겠다며 종종 골프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접대 골프가 아니라 내 돈 내고 치는 거라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골프가 대중화된 최근에는 공직자들의 골프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진 분위기다. 공직자가 휴일을 이용해 접대 골프가 아닌 골프를 즐기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부적절한 시기에 공직자가 골프를 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은 여전히 강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 총리'로 불리던 이해찬 총리는 철도 파업 첫날인 2006년 3월 1일, 3'1절에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렸고 결국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국가 안보위기 상황에서 골프를 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한 시민은 "골프 대중화 시대에 공직자가 주말에 제 돈 내고 골프를 친다고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며 "다만 국가위기 상황이나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국경일, 수해나 산불 등으로 국민들이 수심에 잠긴 시점에 골프채를 휘두르는 공직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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