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행복기금의 윤곽이 잡혔다.
대부업체를 포함해 전 금융권의 6개월 이상 장기연체를 일괄 정리해 채무자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빚을 갚지 않고 시간을 끌면 정부가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탓에 불량 채무자를 양산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다중채무자가 타깃
한국금융연구원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 다중채무자(3곳 이상에 빚을 진 사람)를 잠재위험 채무자로 규정했다. 잠재위험 채무자는 173만 명으로 추산됐다. 다중채무자는 대부분 저소득'저신용층인데다 고금리 대출을 떠안고 있어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국민행복기금이다.
국민행복기금은 금융권의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연체채권을 사들여 한꺼번에 정리한다. 이렇게 해야 개별 금융회사가 풀기 어려운 다중채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금융권 곳곳에 흩어진 다중채무자의 빚을 모아 원금은 절반 이상 깎고 나머지는 장기 분할상환함으로써 신용회복을 돕는 방식이 활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민행복기금의 초안을 마련해 신제윤 금융위원회 내정자에게 보고했으며 관련 법 제정에도 착수했다.
최근에는 금융권 관계자들에 국민행복기금 운영 방침도 전달했다. 업계는 연체채권 매각 때 적용될 할인율이나 매각대금 지급 방법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도덕적 해이'형평성 논란 극복 과제
지난해 말 기준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6개월 이상 연체자는 112만 명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간 65만 명의 상각채권과 대부업체 채무까지 고려하면 더 많다. 국민행복기금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가계부채 대책인 만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먼저 금융의 기본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제기된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 되는 것이 정부가 해결사처럼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채무자 입장에서는 국민행복기금의 구제범위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없는 빚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국민행복기금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달 7일 "국민행복기금이 곧 나올 테니 미리 비싼 자금을 빌려 놓으려는 행태도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민행복기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캠코의 '바꿔드림론'(저금리 전환대출)은 올 1월 말 기준 연체율이 9.6%에 달한다. 연체율은 2011년 말 5.9%에서 지난해 9월 말 8.5%로 오르더니 이제 두 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행복기금의 지원 대상인 6개월 이상 연체 기준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말로 잡았다. 이에 따라 6개월 이상 연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 또는 국민행복기금 출범 이후 새로 발생한 연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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