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나눈다며… 간부 친·인척 채용한 도로공사

입력 2013-03-12 10:31:12

직계 존속이외 지원 허용…"요직에 OOO 있다" 자랑 공정성 의문 제

한국도로공사가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시니어 사원을 채용하면서 고위 인사의 친'인척을 뽑았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도로공사 내 친'인척이 있거나 자영업 등으로 다른 일자리가 있는 사람을 채용해 일자리 나눔 사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달 7일 고령자 일자리 창출과 운행제한 차량 단속을 위해 만 55세 이상 시니어 사원 400명을 채용했다. 시니어 사원들은 이달부터 6개월 동안 전국 100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운행제한 차량 검측과 단속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하루 6시간씩 격일로 근무하며 월 급여는 60만원 이내이지만 도심 근교의 톨게이트의 경우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서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대도시 부근에서는 인기가 높다.

이 같은 시니어 사원 채용 전형의 불합격자 일부가 합격자 선정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채용 당시 도로공사는 '한국도로공사 직원의 배우자,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서는 시니어 사원 지원 자격을 제한했지만, 도로공사 재직자의 형제'자매나 다른 혈족 및 지인 등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도로공사 한 영업소에서 근무했던 이모(60) 씨는 "지난해 함께 근무했던 한 동료는 '도로공사 내 요직에 처남이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다"며 "그 동료가 합격한 것을 보고 채용과정이 공정한지 의문스러워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채용 기준을 정할 때 직원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지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제한 범위를 무한히 확대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각 지사에서 모집을 할 때 지인 등에 대해 채용 특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생업이 있는 사람의 채용에 대해서도 시니어 사원 채용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닌 이상 자영업을 하는 사람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회를 부여해 임금, 근로 기회에 이어 실업급여 수급혜택까지 누리게 됐다는 것.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근무자는 이번 계약기간이 끝나더라도 도로공사의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적게는 매일 2만6천원 정도씩 90일 동안 236만원 정도, 많게는 150일 동안 393만여원을 받을 수 있다.

한 합격자는 배우자 명의로 된 식당을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음에도 지난해에 이어 올 시니어 사원 채용에 합격해 6개월간 근로에 따른 월급과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반면 한 불합격자는 "지난해 근무자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60만원 정도의 월급과 근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이들 불합격자는 지난해에 이어 근무하게 될 경우 올 9월부터 수급할 수 있는 고용보험 실업급여의 혜택까지 잃게 된다.

도로공사 측은 "어르신들의 편의를 고려해 소득증명 등 서류 요건을 완화했다"면서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 근로자가 아닌 경우 지원자가 밝히지 않는 이상 식당 등 자영업 종사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도로공사 측은 "사실 생업 종사자의 근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자영업자 등에 대한 역차별 우려 때문에 따로 제한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대안이 있다면 적용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일부 지원자들은 주관적 평가점수가 객관적 지표의 10배가 되는 면접 전형 절차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가산점 항목 등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에 비해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큰 평가 항목으로 인해 채용 과정의 불공정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에 허점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일자리 나눔 사업이니만큼 보완을 통해 의혹을 없애고 더욱 많은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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