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통 아니었어? 첫 4기통 엔진 '질주본색'
재규어는 생산 자동화가 이루어진 요즘에도 일부 공정을 수작업으로 할 만큼 꼼꼼한 품질 관리와 차별화된 제품으로 고급 자동차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까닭에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이번 시승 차량은 재규어가 올 초 국내 시장에 출시한 XF 2.0 가솔린 모델이다. XF 2.0은 재규어가 대중화를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3.0, 5.0 모델로 구성되어 있던 재규어 라인에 새롭게 가세한 XF 2.0 모델은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탁월한 주행 성능
시승은 범어네거리~신천대로~북대구IC~경부고속도로 경산IC~영남대~범어네거리 구간에서 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 버튼을 누르자 기어박스에서 동그란 은색 다이얼이 위로 올라왔다. 다이얼을 돌려 주차(P)와 주행(D) 등 5가지 모드를 선택하는 기어변속 방식은 생소했지만 재미도 있다.
손가락 두 개로 가볍게 다이얼을 돌려 기어를 D에 맞추고 운전을 시작했다. 엔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계기판을 확인하지 않으면 시동이 걸린 사실을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운전대를 돌리는 느낌은 약간 묵직했다. 가속페달에서도 무게감이 느껴졌다. 습관대로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속도가 잘 붙지 않았다. 한마디로 가볍게 튀어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반면 브레이크 페달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제동이 걸려 무거운 가속페달과 대조를 이뤘다.
가속 능력은 탁월했다. XF 2.0 모델은 재규어 사상 처음으로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모델에 장착된 6기통 엔진과 비교해 손색 없는 성능을 자랑한다.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데다 가속력의 척도인 최대 토크가 2천~4천 rpm 영역에서 34.7㎏'m로 높아 주행 성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지 상태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9초에 불과하다. 최고 안전 속도도 시속 210㎞에 달한다. 거의 스포츠카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순식간에 시속 180㎞까지 치고 올라갔다. 오르막과 코너 구간에서도 거침없이 질주했다. 힘이 달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마라톤 선수가 100m 달리기를 하듯 오히려 힘이 남아돌았다. 기어 변속도 빠르고 자연스러워 주행 능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XF 2.0 모델은 길이 4,961mm, 폭 1,877mm로 대형 승용차에 버금가는 덩치를 가졌다. 엔진은 다운사이징을 했지만 차체는 상위 모델 것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차체가 무거워 굴곡이 많은 국도나 커브길에서도 도로를 움켜쥐듯 쉽게 빠져나갔다. 주행 능력을 테스트해 보니 안전을 위해 가속 페달은 무겁게, 브레이크 페달은 가볍게 한 것 같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이 된 느낌이었다. 요철을 넘어가거나 고속 주행 때 노면 충격이 조금 전해졌다. 엔진 소음은 만족스러웠지만 풍절음은 그렇지 않았다. 시속 120㎞를 넘어서자 차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실내 공간은 다소 좁게 느껴졌다. 특히 뒷좌석보다 앞좌석은 여유 공간이 더 없어 보였다. 이는 두꺼운 차체와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를 넓게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ℓ 당 도심 8.1㎞, 고속도로 11.9㎞인 연비(4등급)도 다소 아쉽다. 가격을 낮추었다고 하지만 6천590만 원에 달하는 차 값은 2.0 모델치고 여전히 비싸다는 인상도 지우기가 어렵다.
◆영국 귀족 문화가 느껴지는 실내 디자인
재규어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실내 디자인에는 영국 귀족 문화가 배여 있다. 수작업을 통해 가죽과 원목으로 마감 처리한 실내를 보면 고급 차 브랜드로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와 기어박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원목은 나뭇결이 살아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 준다.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도 인상적이다. 하나의 터치스크린에 네비게이션과 라디오'오디오 등 각종 기능을 통합시켜 조작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어지럽게 붙어 있던 각종 버튼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또 먼지가 많이 끼는 송풍구는 평소 닫혀 있다 장치를 작동시키면 자동으로 열리게 되어 있어 청결도는 높였다.
실내등은 센스로 작동된다. 실내등 앞으로 손을 가져가면 센스가 인식해 자동으로 켜진다. 보행자와 접촉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행자와 운전자를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도 갖췄다. 앞쪽 보닛을 열면 엔진룸 양쪽에 에어백이 설치되어 있다. 보행자와 부딪혔을 때 에어백이 터지면서 보닛 뒤쪽이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들린 보닛은 차에 부딪힌 보행자가 유리창에 받히는 2차 충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주요 사양
·다이얼 돌려 주차(P)와 주행(D) 등 기어 변속
·최대 토크 2천~4천 rpm 영역에서 34.7㎏'m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7.9초.
·최고 안전 속도 시속 210㎞.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
·수작업을 통해 가죽과 원목으로 실내 디자인 마감
·터치스크린에 네비게이션과 라디오'오디오 등 각종 기능 통합
·사고 시 운전자와 보행자를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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