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삼킨 포항… 마치 전쟁터였다

입력 2013-03-11 11:07:52

10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우미골 마을이 산불로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상당수 가옥이 지붕조차 남지 않은 채 폐허로 변했다. 이 마을은 100여 채 중 28채가 불에 타 마을단위 지역으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10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우미골 마을이 산불로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상당수 가옥이 지붕조차 남지 않은 채 폐허로 변했다. 이 마을은 100여 채 중 28채가 불에 타 마을단위 지역으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화마가 남긴 상처는 너무나 컸다. 11일 오전 불길이 덮치고 지나간 마을을 찾은 포항시 북구 학산동 주민들은 잿더미가 된 가재도구를 뒤지며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한 주민은 불에 탄 옷가지와 이불 등을 꺼내보다 내팽개치고는 잿더미 위에 그냥 앉아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이 집에 멀쩡한 곳은 벽돌로 지은 화장실이 유일했다.

산과 맞닿은 곳에 있던 집은 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반쯤 부서진 대문 사이로 화재 진압을 위해 뿌려진 물이 도랑을 이뤄 흐르고 있었고 집 안에는 발을 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집안 정리를 포기한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전날의 참혹했던 상황을 토로했다. 주민 김태석(66) 씨는 "아들 집에 피신해 있다가 돌아왔는데 빨아 입을 옷조차 남은 게 없다"며 "좁은 골목에 불법 주정차를 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한 사람들이 원망스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특히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지역이어서 당장 살아갈 방도가 없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틀 동안 이어진 화재로 용흥동과 학산동, 우현동 일대 산림 5ha와 민가 56채가 피해를 입는 등 29억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완전히 전소된 가옥도 28채나 됐다. 거동이 불편했던 안모(79) 씨가 우현동 자택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고, 주민 14명이 호흡곤란 등 부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47가구, 118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현재 학산경로당 등 이재민 수용소 3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곳은 포항에서 유일한 백화점인 롯데백화점과 불과 200여m 떨어진 곳이다. 산불이 발생했던 9일 오후 이 일대는 가시거리가 50m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기로 뒤덮였다. 게다가 좁은 골목 사이에 불법 주정차가 많아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았다. 포항시는 10일 오후부터 이곳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을 벌였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다.

9일 오후 포항시 북구 용흥동 용흥초등학교 뒤편 야산에서 발생한 불은 불과 3~4시간 만에 인근 우현동을 지나 학산동까지 옮겨 붙었다. 평균 풍속 6~9m/s, 최대 풍속 15m/s에 이르는 강풍은 불의 확산을 부추겼다. 불이 난 용흥동 야산 기슭에는 좁은 골목 안에 단독주택들이 난립해 있고,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위험이 높았다. 화재 당시 일찌감치 주민대피령이 내려졌지만, 거리는 우회 차량과 밀려나오는 사람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포항시 관계자는 "대민 방송과 행정연락망을 활용해 주민들을 피신시켰지만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통제에 잘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