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는 재범하지 않도록…" 대구경북 후원사업 활기

입력 2013-03-11 10:10:53

적응프로그램 새삶 갈라…아직은 후원인프라 부족

#1. 가족도 직업도 없는 A(36) 씨에게 교도소는 '안식처'다. 속칭 '자판기 털이'로 대구교도소에서 1년 6개월을 복역하고 나온 뒤 가장 먼저 찾은 곳도 경찰서였다. 경찰은 인근 찜질방 이용권 몇 장과 밥값을 주며 직업을 구해볼 것을 조언했다. 하지만 5년 가까이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던 절도 상습범이 변한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웠다. A씨는 먹여주고 재워주던 교도소가 그리워졌다. 범죄를 저질러 다시 경찰에 붙잡히면 교도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출소한 지 열흘 만인 지난해 12월 13일 대구 달서구 본리동 한 모텔 객실에 있던 침대에 불을 질렀다. A씨는 다시 20여 차례에 걸쳐 자판기를 털었고, 올 1월 20일 다시 경찰에 붙잡혀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됐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5일 A씨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방화 혐의를 추가해 교도소에 있던 A씨를 입건했다.

#2. B(61) 씨는 15세 때부터 폭력 조직에 가담해 소매치기와 폭행 등으로 10대를 보냈다. 삼청교육대와 청송교도소 등을 오가며 20년 이상 교도소에서 생활했다. B씨는 2006년 불법 오락실 경품인 상품권 2억5천만원어치를 훔친 것이 들통나면서 2008년 8월 경찰에 붙잡혀 2년간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2010년 교도소를 나온 B씨는 "자유도, 삶의 의미도 없는 교도소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며 전과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을 찾아 주거와 창업을 지원받으면서 약간의 돈을 모았고, 합동결혼식을 통해 이룬 가정의 보살핌 덕분에 딸은 무사히 대학을 졸업했다. B씨는 "누구나 '한탕'의 유혹이 있으면 흔들리게 마련이다"며 "가족이나 안정적인 노후 등 인생의 목표가 생기면 교도소를 '졸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소자의 재범을 줄이기 위해 교도소 출소자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 만기 출소자 7만7천468명의 재복역률(출소 후 3년 이내 복역)은 22.3%이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회 적응 훈련 없이 나간 일반출소자는 재범률이 52%인 반면 출소 뒤 후원을 통해 사회적응을 한 출소자의 재범률은 2.4%에 불과하다.

출소자 후원 사업은 숙식 제공, 주거 지원, 취업 알선, 창업 지원, 심리 상담, 가정 복귀 지원 등이다.

대구경북에서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경북지부가 출소자 후원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지부를 통해 출소자 후원을 하는 범죄예방위원은 1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활동이 미약했다. 하지만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후원 사업 홍보에 발벗고 나선 결과 후원회가 21개, 회원 수는 67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출소자 380여 명이 도움을 받았다.

조정한(가명'55) 씨는 2010년 출소한 뒤 1년 6개월째 대구경북지부 생활관을 통해 숙식 제공을 받으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조 씨는 아낀 주거비와 식대를 모아 빚 1천만원을 갚았고 600만원 정도 저축도 했다. 조 씨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들여 지원해준 덕에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됐다"며 "남은 숙식제공기간(6개월)이 끝날 때까지 돈을 벌어 작은 방을 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출소한 김태훈(가명'37) 씨도 "출소한 뒤 가족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이곳을 찾았다"며 "처음엔 선입견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경제적'심리적 안정을 되찾아 학업이나 자기계발에도 힘써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최용탁 대구경북지부장은 "같은 범죄자라도 소년범에 비해 성인 출소자에 대한 관리'인프라는 부족한 상태다"며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이들의 사회 복귀와 자립을 도울 수 있고, 범죄의 발생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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