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희박… 주택 56채 불타, 이재민 118명

입력 2013-03-11 10:20:11

대부분 저소득층 생계 막막…정부·시, 보상할 책임 없어

9일 오후 포항 도심에서 난 산불로 북구 신흥동 수도산 기슭까지 불이 번져 주택이 전소될 위기에 놓이자 집주인이 물을 뿌려 불을 막아보려고 호스를 불길쪽으로 다급히 끌어당기고 있다. 마침 인근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소방차가 출동하면서 집주인은 가까스로 집을 지켜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9일 오후 포항 도심에서 난 산불로 북구 신흥동 수도산 기슭까지 불이 번져 주택이 전소될 위기에 놓이자 집주인이 물을 뿌려 불을 막아보려고 호스를 불길쪽으로 다급히 끌어당기고 있다. 마침 인근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소방차가 출동하면서 집주인은 가까스로 집을 지켜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돌아갈 집이 없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10일 오후 포항시 북구 학산경로당. 산불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김봉구(71'포항시 학산동)'정연순(64) 씨 부부는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각각 6급과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 부부는 전동 휠체어가 없으면 걷기도 어렵지만 난데없는 화마에 전 재산을 잃었다.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였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먹고 자고 하지만 당장 갈 곳도 없어 막막합니다."

이번 산불로 민가 56채가 불에 탔고, 이 가운데 28채는 전소됐다. 거동이 불편하던 안모(79) 씨가 미처 피신하지 못해 자택에서 숨졌고, 14명이 화상과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재민도 47가구, 118명이 발생했다. 포항시는 현재 무허가 건물 등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가옥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고 있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재민 중 38가구 99명은 가족이나 친지, 지인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 나머지 20여 명은 학산경로당과 우미경로당, 탑산경로당 등 임시 대피소에 머물며 구호품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이어서 당장 생계가 막막한 형편이다. 특히 김 씨 등 학산동 주민들은 1993년에도 포항을 덮친 대형 산불로 집을 잃었던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도 지원금으로 겨우 280만원을 주더군요. 여기저기 돈을 빌려 집을 새로 지었는데 또 이런 꼴을 당했어요. 이 동네에서는 더 이상 못살겠습니다." 김 씨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재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전액 보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엔 피해 규모가 작은 데다, 방화 혹은 실화로 인한 화재여서 국가나 지방정부가 보상할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정부에 특별교부세를 요청했지만, 무허가 건물이나 사유 재산에 대해서는 지원해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현재로서는 급식이나 구호물품 지원 등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유재산의 보상은 한계가 있다"며 "피해 내역을 조사한 뒤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피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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