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만든 모래성…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치금 반환 요구와 지급불능 사태로 인한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신설 골프장의 경영 부실로 인한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골프장이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서 긴급 진단해 본다.
"골프장은 빚으로 만든 모래성"
전국에 걸쳐 빚어지고 있는 골프장 부실화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각종 문제점도 덮일 수 있었지만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없던 병까지 생겨나는 현상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의 출발점은 세수증대를 노린 지자체가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골프장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 1억원 미만의 자본금만 있어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회원 모집을 통해 1천억원대 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고, 골프장 부지 매입부터, 공사대금 충당까지 대부분 PF자금이나 회원 모집에 의존하게 되면서 골프장의 재무구조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부실화 현상을 낳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골프장은 빚으로 만든 모래성'이다.
하지만 골프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거금을 들여 회원권을 산 회원들은 같이 골프장에 돈을 빌려준 것이지만 처지는 조금 다르다. 금융기관은 담보라도 받지만, 회원들은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조건에 아무런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회원들은 골프장이 파산할 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012년 말 기준 국내 골프장은 466개에 달하며, 경북지역에서는 운영 중인 골프장이 40개소(회원제18곳, 대중제 21곳, 간이 1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10년 이내 지어진 신설골프장이다.
이들은 재무구조 자체가 취약해 예치금을 즉시 돌려줄 수 있을만한 유동자산의 확보 비율이 평균 10% 미만이다. 이는 전체 회원(총예치금) 중 10% 이상의 회원들이 예치금 반환 요청을 할 경우 지급불능 상황을 맞거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2013년 3월 현재 지역 골프장들은 최초 분양금액보다 회원권 시세가 하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에 따라 회원들이 투자 원금 회수를 위해 예치금 반환 청구가 증가하면서 유동자산이 부족한 골프장은 반환이 지연되고, 이런 불안함은 다시 회원권 시세에 반영되어 가격하락에서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 골프장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치금 반환사태는 곳곳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경북과 경남 일원의 몇몇 신설 골프장에서는 회원들의 반환 신청이 줄을 잇자, 골프장과 회원들 간에 분쟁이 빚어지고 있으며 예상대로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 더욱더 큰 문제는 예치금 반환 만기가 늦어도 2014년에는 신설 골프장 대부분에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최근 회원권 시세 하락과 매매량의 감소는 골프장의 위기를 감지한 시장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규정으로는 골프장은 파산 시 체육시설의 인'허가가 폐지되기 때문에, 부동산(임야, 건물 등)의 가치로만 평가하게 된다. 체육시설로는 1천억원의 가치가 있지만 부동산의 가치는 100억원에 불과하여, 체육시설인 골프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회원들은 그야말로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된다. 2010년 이전까지 골프장은 돈이 되는 장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왔다.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다 보니 경쟁적으로 입장료를 할인해 적자폭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경기 침체, 부동산가 폭락으로 회원권 가치의 하락, 회원 모집 저조, 금융권 대출 규제, 예치금 반환 등 불안 요소로 골프장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회원권을 보유한 회원들의 권익은 얼마나 보호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