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여당이 담뱃값 인상하려는 이유

입력 2013-03-09 08:00:00

정부와 여당의 담뱃값 인상 움직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담뱃값 인상 이유로 국민 건강을 내세우고 있지만 숨은 의도는 재원 마련이 벽에 부딪히고 있는 '증세 없는 복지'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담뱃값 인상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많다. 그동안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기획재정부가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다. 증세 없이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기획재정부로서는 담뱃값 인상은 좋은 대안일 것이다.

문제는 담뱃값 인상이 서민의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흡연율은 높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흡연율의 사회 계층별 불평등과 변화 추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 소득수준이 상위 20%인 1분위는 47.83%에 그친 반면 2분위는 51.14%, 3분위 56.1%, 4분위 61.18%였고 소득이 최하위인 5분위는 무려 64.59%나 됐다.

이뿐만 아니다. 담뱃값을 올리면 전체 흡연율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소득이 낮은 계층의 흡연율은 오히려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005년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월 500만 원 이상 고소득계층의 흡연율은 담뱃값 인상 전인 2004년 말 67.6%에서 인상 후인 2005년 6월에는 47.2%로 20.4% 포인트(p)나 떨어졌다. 또 월 400만~499만 원 소득 계층 역시 55.5%에서 42.3%로 13.2%p 낮아졌다. 반면 중간인 200만~299만 원 소득층은 57.1%에서 61.2%로, 300만~399만 원 소득층은 57.1%에서 59.1%로 각각 4.1%와 2%p 높아졌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하락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려 국민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정부의 선전은 국민을 속인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보건복지 재정을 충당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담뱃값 인상 추진은 이런 속임수를 또 쓰겠다는 소리 아닌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고집하다 보니 이런 편법이 나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비율로 세금을 늘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복지에 반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담배로부터 보호하겠다면 담배의 제조'판매를 금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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