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수결·힘으로" 협상 안 풀리니 변심하는 여당
"'국회 아마추어리즘'의 전형이죠…."
18대 국회 말미 극적으로 통과된 '국회 선진화법'이 새 정부의 출범을 막고 있다는 이상한 논리가 등장하면서 '정치 희화화'를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하기도 전에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국회를 졸(卒)로 본다"는 비판을 자초하더니, 이번엔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는 무력한 집권 여당 원내지도부가 "개편안 직권상정을 야당에 요구한다"고 나섰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아예 "국회 선진화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입법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주무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이 뭐기에…
2012년 5월 2일, 총선을 막 끝낸 18대 국회는 국회 내에서 몸싸움을 방지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국회 선진화법' '몸싸움 방지법'이라 불렀다. 하지만, 전체 투표 의원 192명 가운데 127명이 찬성하면서 통과 때부터 반대파가 많았다. 반대파의 논리가 바로 "이런 식으로는 '식물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보자.
▷국회 몸싸움을 자초하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들의 합의가 없으면 직권상정을 할 수 없다. 대신 국회의장은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또는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은 매년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친다.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의안은 그 다음 날에 본회의에 바로 부의(附議) 된 것으로 간주한다.
▷필리버스터제를 도입한다. 야당이 폭력이라는 물리적 방법으로 말고,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 심의 안건에 대해 시간제한 없이 무제한 토론할 수 있도록 한다. 무제한 토론 종결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회 의사진행이 원활하도록 의장석이나 위원장석을 점거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지체 없이 의결하도록 한다. 의원의 국회 회의장 출입을 방해해도 징계한다.
◆국회 선진화법 누가 주도했나.
국회법 개정의 주역은 황우여 대표와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등 일부 소장파였다.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불가능해지자 여당 내에서는 당장 황 대표 책임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 대통령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독려하자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있던 황 원내대표가 법안 처리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 총선 직후인 6월 26일의 '국회 선진화법과 제19대 국회운영 전망' 토론회에서 "(선진화법은)다수결을 포기하는 법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새로 살리는 소중한 법"이라면서 "그동안 직권상정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이 늘 이것을 직권상정해서 처리해 달라, 언제 하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직권상정 제도가 없으면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서 야당의원들을 오히려 만나야 한다"며 선진화법을 옹호했다.
또 "여야 간에도 합의해서 법안을 만들기 전에는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원칙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무산된 새누리당으로서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꼼짝달싹도 못하게 됐다. 황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식물국회가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해 국회 선진화법 논란이 일었을 때 당시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컸다. 심재철 의원은 당시 의원총회에서 "몸싸움 방지란 허울 좋은 명분을 앞세워 소수파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수결 원칙을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고, 김영선 의원도 "(국회 선진화법은) 완전히 '미친 법'"이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와 함께 선진화법 처리를 주도한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를 중심으로 "현행대로 하면 폭력 국회가 재연될 수밖에 없고, 19대 국회는 '식물국회'가 아니라 '빙하기국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남경필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남 의원은 7일 트위터를 통해 "현재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력과 협상력의 문제"라며 "제대로 운영해 보지도 않고 법을 바꾸자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울 좋은' 선진화라는 미명하의 국회법 개정이 여여 갈등의 소재가 된 셈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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