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을 지낸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형 로펌 대신 24시간 일하고도 생활비 벌기에 급급한 편의점 사장의 남편으로 돌아갔다. 최고 상층부의 신분에서 이웃집 평범한 아저씨가 된 것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대법관으로, 선관위원장 경력으로 얼마든지 좋은 자리에 갈 수 있으나 용감하게 끊었다. 재직 중 경력을 밑천 삼아 유관 기관에서 대우받으며, 큰돈을 벌며 100세 시대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려는 풍조가 난무한 세태에 신선한 충격이자 본받아야 할 롤 모델이다.
사실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재계, 법조계, 관계 리더들의 행보가 그렇게 아름답거나 감동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공로패조차도 세금으로 만들 이유가 없다고 사양한 김능환 전 선관위원장, 지난 대선에서 남편 강지원 변호사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자 자칫 국정에 누를 끼칠 수 있음을 우려하여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김영란 변호사, 딸깍발이 정신으로 로펌 대신 대학 강단에 선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살린 지도자로 귀감이 되고 있다.
최근 청문회를 거친 신임 정부의 새 각료들은 '돈이라면 나라도 팔아먹을 것'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형 로펌에서 평생 쌓은 명예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월 수천만 원 내지 억대씩 받는 로펌이나 전직 유관 기관에서 활동하여 큰 물의를 빚었다. 어떤 각료는 로펌에서 월 3천만 원을 받았으면서도 보통사람이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대법관 출신 법조인이 대형 로펌에서 일하면 '도장 한 번 찍는 값이 3천만 원'이라고 알려진 현실, 이제는 바꿔 나가야 할 때다. 전관예우를 받으며 재물을 불린 그들이 권력의 실세로 되돌아오는 길을 차단해야 영혼이 있는 각료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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