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아름다운 시골길, 상쾌한 기분에 힘이 절로
여행이란 가끔씩은 생각지도 않게 해보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오래전 포항에 갔다 오는 길에 보현산 이정표가 보여 언젠가 보현산 라이딩을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지난해 5월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보현산(해발 1,126.4m)은 경북 영천시 화북면에 있는 산으로, 그 정상에는 천문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1.8m 반사망원경이 있고 태양플레어 망원경 등 다양한 천체관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이곳에는 별빛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고 한다.
5월 농촌은 농번기라 그런지 모두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달리는 시골길 가로수 벚나무에는 벚꽃이 만발해 꽃잎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지인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다. 당시 경운기를 몰고 가면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신 해맑은 아저씨 얼굴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5월, 시골길을 달리니 기분은 업되어 페달 밟는 속도가 빨라졌다. 드디어 보현산 이정표가 보였다. 산길로 가는 MTB 코스와 일반 도로로 가는 길이 있었다. 평일이라 등산객도 많이 없고 해서 일반 도로로 가기로 했다. 올라가는 내내 도로의 열기가 상당했다. 꼬불꼬불 굽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진달래가 많이 피어 있었다. 진달래에게 '너 참 예쁘구나' 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모든 사물들이 다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중간쯤에 이르러 내려다본 길은 환상적이었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시댁이 이곳이어서 그쪽을 향해 보다가 문득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옛날 우리엄마(시어머니)는 새벽 4시에 집을 출발해 영천 자천장까지 장을 보러 가서 한 보따리씩 머리에 이고 이곳까지 걸어다녔다."
어떻게 이곳까지 걸어서 장을 보러 다녔을까? 자식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자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지금은 자동차가 있지만 나 같으면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올라갈수록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할머니 한 분이 '산 밑에서부터 쭉 나를 봤다'면서 여자로서 대단하다며 어깨를 주물러 주셨다. 기분이 아주 좋아 힘듦이 순간적으로 가시는 기분이었다. 이게 바로 여행을 하면서 느끼고 얻을 수 있는 행복인 것 같았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저 먼저 올라갑니다"라고 인사를 하고선 정상으로 향했다.
드디어 보현산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등산하러 오신 분들도 많이 있었다. 때마침 그곳에 살고 있는 진돗개(백구)가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언제쯤 이곳에서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부모들과 같이 온 어린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아이들도 예쁜 별빛 추억들을 가득 담아 가길 바랐다.
이제 내려가야 할 때. 올라올 때는 그렇게 멀고 힘들었던 길이 내려올 때는 너무 짧은 것 같았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낮인데도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는 경찰관 아저씨들이 있었다. 손을 흔들며 '조심해서 타라'고 인사를 건네줬다. " 네, 감사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시골 인심은 어딜 가나 푸근해서 좋다. 그날은 생각지도 않은 여행을 해서인지 기분이 더 좋았다. 가족들끼리 꼭 한 번 가보라고 권해보고 싶은 곳이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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