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대구 북구 산격4동)
어제 친구를 만났다.
7년이란 시간은 얼굴에 깊은 세월의 흔적을 남겼지만, 그는 여전히 맑은 강물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사람을 만나 서로 웃다 보면 두 사람 사이에 강이 튼다.
한쪽이 절망하면 친구도 가슴이 아리고 즐거워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투명하게 빛나서 친구의 미소가 강 밑바닥에서부터 선명하게 퍼진다. 만남의 첫 순간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섞이기 어렵지만, 함께 눈을 마주치다 보면 옛정이 새록새록 되살아나 서로 물을 보내게 한다.
누구를 만나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대했던 그가, 사업을 하면서 사기를 두 번이나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 가슴에는 시퍼런 피멍이 생겼다.
괜찮다며, 사는 게 그런 것 아니냐며 애써 담담하게 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그동안 친구가 속으로 삭여야 했던 고통의 납덩어리들이 자꾸 떠올라 심장에 큰 얼음 덩어리가 박힌 것처럼 시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행복감에 가슴 저 깊은 곳에서 꽃 한 송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을 만나 오래 정을 주는 일이 매일 밥 먹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는 없을 것이다. 더러는 사람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더라도 항상 물길을 맑게 트려는 사람을 벗으로 삼고 싶다.
내 영혼이 지쳐갈 때 말없이 나를 지켜봐 주고, 그를 떠올리면 언제나 향긋한 냄새를 은은히 풍기는 강물이 보이는 맑은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나더라도 구박하지 않을 친구, 눈 오는 오후에 양말만 신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조용하고 은근하며 인연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이영백(대구 수성구 범어3동)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
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
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문화부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43.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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