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샌들 차림… 초임시절 철없던 행동에 작가 만나 주인공 모델로
"짧은 치마를 입고 한껏 치장한 후배들을 보면 충고해 주고 싶지만 주변에서 '네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며 핀잔을 줘 못합니다."
지난주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인사 발령받은 평검사 중 눈길을 끄는 여검사가 있다. 이세희(34'형사4부'사진) 검사다. 2010년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의 톡톡 튀던 여주인공 검사 마혜리(김소연 분)의 실제 모델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중부지검 초임 검사로 건설회사 회장의 딸이자 사법시험을 한 번에 패스하고 사법연수원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대한민국 최강 엄친 딸로 그려졌다. IQ 168의 명석한 두뇌에 피부'몸매 관리에 신경 쓰고 예쁜 옷, 액세서리로 꾸미며 명품 신상을 꿰는 좌충우돌'천방지축 신세대 여검사로 묘사돼 흥미를 더했다.
그렇다면, 검사 마혜리의 모델인 이 검사의 모습은 어떨까. 서울 대원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검사는 2003년 사법시험(45회)을 한 번에 통과한 뒤 사법연수원(35기)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 서울중앙지검에 초임 발령받았다. 2006년 임용 당시 검사 지원자 중 연수원 1등부터 6등까지만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받았다.
철없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검사는 초임 시절 짧은 치마에 샌들까지 신고 출근했다. 손톱엔 형형색색의 화려한 네일아트가 수 놓였다. 검사 첫 출근 땐 어깨 밑으로 늘어뜨린 긴 생머리에 하얀 치마 정장을 입어 중앙지검을 초토화시켰다. 당시 검은 바지 정장이 여검사들의 일반 복장이었다. "쟤, 뭐야"하며 뒤에서 욕을 얻어먹은 것은 당연지사, 선배들의 지적이나 야단을 맞기도 했다.
이 검사는 "지금은 복장이 많이 자유로워진 편이지만 당시엔 짧은 치마에 샌들 신고 검찰청에 출근하는 검사는 혼자뿐이었다"며 "선배들이 나무라면 '검사가 일만 잘하면 되지 무슨 옷을 입느냐가 뭐 중요하냐. 검사는 옷 잘 입고 예쁘면 안 되나'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외제차를 타고 다니진 않은 등 드라마에서의 마혜리 검사와는 다른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어느 날 남자 선배 검사가 '드라마 작가가 만나보고 싶어한다'고 해 작가와 PD를 몇 번 만났고, 드라마로 탄생했다. 이 검사는 "극 중의 마혜리 검사는 꼭 나 혼자라기보다는 여러 여검사를 모델로 만든 가공의 인물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젠 검사 8년차, 중참 검사. 결혼도 하고 아이도 2명 낳았다. 이 검사의 지금 모습은 어떨까. 이 검사는 초임 시절 자신의 모습을 '철이 없어 그랬던 것'으로 단언한다. 검사 생활 2년쯤 지나면서 검사라는 직업에 맞는 옷차림과 행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
이 검사는 "당시엔 옷차림과 몸치장이 사건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라도 손톱이 번쩍거리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검사한텐 조사를 받고 싶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지금은 외모가 아니라 일로 튀고 싶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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