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은 '여성 대통령' 시대에 처음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으며, 또 절반의 남성들은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국민을 보살피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따뜻하고 섬세하고 정직하며 양보와 수용은 평생 달고 사는 것이 어머니다. 때론 너무나 정직해서 소심하다는 오해도 곧잘 받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 보면 여성은 과감하고 위대하다. 선구자적인 성향과 혁신성도 갖고 있다. 잔다르크가 그렇고 유관순도 그렇다. 세계여성의 날도 선구자적인 여성들로 인하여 탄생한 날이다.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제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여 1975년 UN에 의해 공식 지정됐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 자욱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으나, 여성들에게는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고, 이를 바꾸고자 일어난 사건이 발단이 되어 제정된 날이 바로 이날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이 변화를 시도하고자 하면 '별나다'고 한다. '별나다'에는 '이대로 있어도 될 것을 굳이 바꾸려고 극성스럽게 군다'는 비아냥도 들어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별난 사람들로 인해 발전한다.
어찌 됐든 UN을 비롯하여 각 국가 정부차원에서, 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성정책은 획기적으로 추진됐고 사회적 인프라도, 문화도,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변했다. 여성을 배려한 정책, 여성주의적 관점을 반영한 각종 정책들이 급진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보며 남성들은 질투 섞인 우려도 보낸다. 여성 때문에 남성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고도 말한다. 진짜로 요즘 여성들은 살기가 많이 좋아졌다. 저출산이 국가문제로 대두하면서 특히 더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이런 현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필자가 처음 공직에 발을 디딜 1980년대만 해도 여성의 사회 진출은 힘들었다. 기업체는 '용모단정'이 실력보다 선행조건이었다. 입사 후 차별은 더했다.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고, 공직사회에서 여성은 상위직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유리천장 때문이다. '유리천장'은 여자나 소수민족 출신자는 능력이 있어도 '올라갈 곳은 훤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투명한 천장벽 때문에 중역이나 고위 간부직에 올라가지 못하고 머리가 부딪치고 만다'라는 승진 임용상의 신분적 차별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훨씬 심하다.
95년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한 우리나라는 제3차에 걸친 여성발전기본계획의 추진으로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 지금은 양성평등시대를 넘어서 여성의 삶을 정책 전반에 고려하는 성별영향평가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여성들이 체감하는 삶은 고단하다. 20, 30대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 낳기를 꺼린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현실에서 알파걸, 슈퍼맘이 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유리천장을 뚫으려 시도하다가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여성인력활용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임은 이미 공감하고 있는 듯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여성인력활용의 질적 팽창이 필요한 시대다.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여성의 특성과 삶을 고려한 정책의 추진으로 여성과 남성, 모두가 행복한 시대가 열렸으면 하고 기대한다. 하나 더 보탠다면 여성인력을 보조적인 수단으로서가 아닌 주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여성운동가들이 만든 투쟁의 역사로 변화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부터는 소통을 통한 서로 다른 삶의 특성에 대한 이해로 풀어나가야 한다. 남성에게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유리천장이 여성의 삶에 얼마나 힘겨운 장벽이었는지를 이제는 이해해 줄 시점이다. 아직도 여성을 감싸고 있는 유리천장, 여성만의 힘으로가 아닌 남성과 여성이 합심해서 걷어냄으로써 공정한 사회를 열어갔으면 한다.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1세기 전과는 달라진 여성과 남성이 상생하는 사회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 하나쯤은 가지고 싶다.
장숙경/포항시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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